대기 정체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지난해 12월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자유로 알림판에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안내되고 있다. 고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넘어올 땐, 바다를 건너는 과정에서 수분을 머금은 채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와 섞여 더 위험한 초미세먼지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설치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 관련 정책의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보건복지부는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성과 발표회’를 11일 유튜브 등을 통해 열었다. 이들은 2017년 9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492억원을 들여, 미세먼지 해결 방안을 마련할 발생·예보·저감·대응 등 4대 부문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될 때 유입량보다 더 심한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나는 과학적 이유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를 건너며 수분을 머금은 뒤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질소산화물)와 만나 초미세먼지(질산염)가 생성됐다. 생성된 질산염이 수분을 흡수하면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추가 질산염이 생성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유승광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 과장은 “국외유입을 줄이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적으로도 가정은 보일러를 친환경으로 바꾸고, 사업장은 질소산화물 방지시설을 강화하는 한편 노후 경유차는 조기에 폐차하거나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중일 3국 공동연구에선 한국 하늘의 초미세먼지 중 32%가 중국에서 날아왔고, 51%는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만 15살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천식, 폐렴 등 호흡기계 질환 때문에 병원에 가거나 입원할 확률이 0.29~2.82% 증가했다. 만 65살 이상 노인은 심혈관계 질환 때문에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0.21~2.82% 늘었다. 마스크(KF80)를 착용할 경우 만 65살 이상 노인은 스트레스가 늘었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혈압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