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밤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정부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촉구 메시지를 담은 레이저 빔을 한국수출입은행 건물에 투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양이 한 해 전보다 3.4% 줄어든 7억280만t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준 것은 과거 외환위기 상황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려 석탄발전을 멈춘 덕인데, 지속적인 추세가 되려면 새로 지어지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등의 배출량 감소를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8일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국가 온실가스통계관리위원회가 심의해 확정한 2018년과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7억2760만t, 7억280만t이라고 밝혔다. 2018년은 확정치, 지난해는 잠정치로 각각 2.5% 늘고 3.4% 줄었다. 2년 전 수치만이 아닌 한 해 전 수치까지 잠정치로 함께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정한 2018년 수치는 국가 승인 통계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국제사회에 제출된다.
눈여겨볼 것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외환위기(1998년 온실가스 배출량 14% 감소)처럼 경제가 급격히 고꾸라진 특수한 때를 제외하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었을 뿐,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준 적이 없었다. 온실가스센터의 설명을 보면, 지난해엔 2018년보다 2490만t이 줄었는데 발전·열생산 부문에서 1960만t(7.3%)이 준 덕이다. 한마디로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탄발전은 미세먼지 대책인 ‘계절관리제’의 하나로 가동 중단·발전 제약을 적용하면서 발전량이 4.8% 줄었다. 지난해 3~6월에는 삼천포 5·6호기와 보령 1·2호기의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해 1~5월엔 최대 14기의 석탄발전소 출력을 80%로 제한했다. 이런 계절관리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에도 시행됐다. 이 때문에 원전 등을 포함한 총발전량도 1.3% 줄었다. 이와 함께 상업·공공·가정 부문에서도 온실가스가 210만t(4.0%) 줄었는데, 겨울이 따뜻했던 덕에 난방용 연료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센터 관계자는 “계절관리제 강화, 석탄발전 감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어서 배출량 감소 경향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우리보다 십수년 앞서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성장의 ‘탈동조화’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일시적인 석탄발전 줄이기일 뿐, 에너지 전환 등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한 해 줄어든 것만으론 탈동조화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 유럽은 교토의정서 체제인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규제를 도입하며 전환을 시도해왔다. 반면 우리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빼더라도 새로 짓는 석탄발전소들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 (전력 공급 과정에 환경비용을 따지는) 환경급전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들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등의 여러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도 “지난해 석탄발전량 감소에 이어 올해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배출량은 더 줄 수 있지만, 이후로도 확고한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2050년 배출량 제로(0) 달성 등 파리협정(2015) 이행을 위해선 내년부터 2024년까지 차례로 지어질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금이라도 중단해 배출량 감축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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