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일대가 희뿌옇다. 16일에는 중국발 황사가 또다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창문을 열자니 황사가 두렵고 닫자니 코로나19가 걱정이다. 짙은 농도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쳐오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이틀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환기를 하기도 안 하기도 고민인 상황이다.
16일 기상청은 “지난 14일부터 내몽골고원과 중국 북동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풍을 타고 유입돼 서해5도와 강원 영동 북부를 중심으로 황사가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2시 기준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138㎍/㎥, 경기 151㎍/㎥, 인천 130㎍/㎥, 충남 148㎍/㎥ 등이다. 기상청은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는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번 황사가 1시간 평균 농도 800㎍/㎥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2016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황사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예측된 수준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짙은 농도의 황사가 찾아오자 실내 환기 문제로 고민인 이들이 많다. 미세먼지가 많은 외부 공기를 생각하니 창문을 여는 게 꺼려지는데,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수칙으로 주기적인 환기가 권고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한상균(69)씨는 이날 <한겨레>에 “보통은 마스크도 하고 (창문도) 열어놓고 운전을 하는 편인데 봄철에 미세먼지나 황사 예보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에스앤에스(SNS)에도 “최악의 황사 미세먼지 vs 코로나 방역수칙 상 매시간 환기해야 됨”(@****ooob) “이런 걸로 민원 맨날 들어오는 학교라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ner_T)며 곤란해 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 권고는 “가급적 환기를 하라”는 것이다. 박판규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 미세먼지 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만 미세먼지(PM10)가 150㎍/㎥을 초과할 때는 되도록 환기를 하지 말고 창문을 닫으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에어코리아 누리집에서 한시간 단위로 공기 농도를 확인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1㎍/㎥ 이상) 밑으로 내려가면 환기를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에도 요리를 하면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실내 공기라고 해서 깨끗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환기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공간이라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환기를 자주 안 해도 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은 환기가 압도적으로 더 중요하다. 미세먼지로 얻을 수 있는 손해보다 코로나19를 막는 이득이 더 큰 게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실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방어 효과가 있는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쓰면 환기를 해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