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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몸 가누기 힘들어도 밝은 아이들, 엄마처럼 뛰고 싶대요

등록 2021-08-10 04:59수정 2021-08-11 02:37

나눔꽃 캠페인
출생 직후 1·2급 뇌병변·지적장애 형제
날마다 재활센터·병원·복지관 돌아
본인부담 치료비만 한달 220만원
뇌병변 장애로 만 4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여섯살 쌍둥이 도윤(왼쪽), 도현 형제가 지난 3일 수도권의 한 어린이재활센터에서 전기치료 등을 받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뇌병변 장애로 만 4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여섯살 쌍둥이 도윤(왼쪽), 도현 형제가 지난 3일 수도권의 한 어린이재활센터에서 전기치료 등을 받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유아차를 탄 여섯살 도윤이(가명) 주위로 알록달록한 벽지가 환했다. 여러 개의 작은 방을 지나 ‘뽀로로방’에 들어서자,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도윤이를 품으며 반겼다. 아이가 들어선 곳은 장애어린이 전용 재활센터로 놀이방이나 유치원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일주일에 두차례 도윤이는 쌍둥이 형 도현이(가명)와 이곳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3일 오전 수도권의 한 어린이재활센터에 종소리가 울렸다. 재활치료 1교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날 도윤이는 1교시에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도윤이를 눕힌 뒤, 가느다란 다리를 여러차례 주무르고 돌리기를 반복했다. 다리를 꾹 누를 때마다 도윤이는 까르르 웃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눈길은 자꾸 기자가 든 카메라로 향했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넘치는 도윤이는 여느 또래 아이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어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다리 사이에 도윤이를 앉혀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도윤이는 상·하지 마비 증세가 있어 혼자서는 앉지 못한다. 엎드리거나 누워서 생활하는 이유다. 선생님의 도움에도 도윤이는 계속 앞으로 고꾸라졌다. 포기하지 않고 상체 일으키기를 대여섯번 반복했다. 도윤이는 힘겨운 동작을 하면서도 반달눈을 하고 배시시 웃었다. 형 도현이는 가위질하고 찰흙을 갖고 놀면서 손힘을 기르는 치료를 받았다. 30분이 지나자 1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도윤이와 도현이는 다른 치료를 받기 위해 방을 옮겼다. 물리치료, 전기치료, 작업치료 등을 30분마다 번갈아 받았다. 7~8교시가 끝나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하루 치료가 끝났다.

도현이와 도윤이는 치료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를 바라보는 어머니 박지은(가명·35)씨는 달랐다. “아이들이 생후 100일부터 치료받으러 다녔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병원 가는 게 익숙한가 봐요.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즐거워해요. 한살 때까지는 병원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여기엔 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다 보니 집에 있는 것보다 병원 가는 게 즐겁나 봐요. 그런데 병원이 좋아할 만한 곳은 아니잖아요.”

■ 비슷하고도 다른 쌍둥이의 아픔

도현이와 도윤이는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태어날 때 도현이는 1.03㎏, 도윤이는 1.19㎏이었다. 두달 가까이 인큐베이터에 있던 쌍둥이의 뇌를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로 찍자 음영이 보였다. 도윤이의 뇌는 반 이상이 손상된 상태였다. 도윤이는 1급 뇌병변 장애와 지적 장애, 도현이는 2급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아픔을 겪었다. 형 도현이는 요도관이 자리를 잘못 잡는 요도하열 때문에 돌이 되기 전에 수술을 받았다. 하반신 마비도 왔지만 치료 끝에 지금은 일어나서 앉기도 하고, 보조기를 착용하면 짧게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를 짚지 않고서는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 2~3일만 치료를 건너뛰어도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온다.

동생 도윤이는 하반신 마비와 상반신 마비가 함께 왔다. 배를 깔고 엎드려 양팔을 써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밀이’를 할 때는 손이 계속 배 밑에 깔려 기어 다니는 것도 힘겨워했다. 서기도 앉기도 어려워 실내에선 대개 누워 있고, 밖에선 유아차를 탄다. 몸이 굳어올 때면 잠에서도 깬다. 한쪽으로 누워서 자던 도윤이가 몸이 불편해 울면 박씨는 도윤이의 자세를 바꿔준다. 도윤이도, 부모도 통잠을 못 잔 지 오래다.

낮 시간 아픈 쌍둥이 형제를 보살피는 것은 오롯이 어머니 박씨의 몫이다. 쌍둥이와 외출할 때면 편견 어린 시선도 함께 견뎌야 한다. 보조기를 착용한 도현이와 유아차에 탄 도윤이를 보면 낯선 사람들도 불쌍하다는 듯 “아이고 아이고”라는 탄식을 내뱉는다. 맥락 없이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고, 가끔 쌍둥이에게 “너는 어린이인데 왜 못 걸어?”라고 묻는 어른도 있다고 한다. 박씨는 “아픈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런 시선들을 견뎌내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는 쌍둥이 가족의 일상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랐던 지난해엔 유치원도 문을 닫는 날이 많았다. 면역력이 약한 쌍둥이가 걱정된 박씨는 아이들과 두달 가까이 집에서만 지낸 적도 있다. 이제 막 걸을 수 있게 된 도현이가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몸이 굳어서 다시 걸음을 익히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놀이터에 나가서 친구들과도 놀고, 여러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병원 말고는 외출을 못 하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죠.” 박씨가 말했다.

박씨에게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교 문제다. 둘 다 내년에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지만 중증 장애아인 도윤이가 갈 수 있는 학교를 찾지 못했다. 이들이 사는 지역에는 중도·중복 장애 학생을 위한 학급이 마련된 초등학교가 한곳인데, 정원이 4명뿐이다. 이미 정원이 차버려서 1명이라도 졸업을 해야 도윤이가 입학할 수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지 그전에는 몰랐어요. 치료 걱정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버거운 상황이 계속 생기는 거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이 사치인 걸까, 박씨는 묻고 싶지만 정작 물을 곳이 없다. 스스로 되뇔 뿐이다.

쌍둥이 형 도현이가 작업치료사와 함께 찰흙을 가지고 놀며 손힘을 기르는 치료를 받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쌍둥이 형 도현이가 작업치료사와 함께 찰흙을 가지고 놀며 손힘을 기르는 치료를 받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

박씨는 도현·도윤이가 치료라도 무사히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쌍둥이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낮병동과 여러 곳의 대학병원, 복지관을 돌면서 치료를 받는다. 재활치료부터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치료가 워낙 많다 보니 한달에 비급여 치료비만 220만원이 든다. 부품제조업체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 190만원의 소득에서 월세 55만원을 빼고 남는 돈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저축은 고사하고 매달 돌아오는 신용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다. 아이들은 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 다리교정기도 6~7개월마다 새것으로 바꿔줘야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허리를 지지하는 교정기구도 돈이 없어 사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쌍둥이가 일주일에 세번 유치원에 있는 오전 시간만이라도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할까 생각도 했지만, 언제 유치원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이내 생각을 접었다. 수입은 늘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데, 쌍둥이가 받고 있는 급여치료 일부가 비급여로 전환될 예정이라 걱정이 크다. 다리근육이 굳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 몇달에 한번씩 보톡스 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내년에 쌍둥이의 일곱살 생일이 지나면 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쌍둥이가 자라면서 아픈 곳도 늘고 있다. 도현이와 도윤이 둘 다 눈동자가 안쪽으로 모여 한차례씩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지만 도윤이의 눈동자가 최근에는 위로 쏠리면서 재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안과, 신경과, 정형외과, 치과 등을 다니고 있어요. 몇년째 먹던 경기(경련)약은 다행히도 더는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졸업’했지만, 재활의학과는 평생 다녀야 하니 졸업할 순 없겠죠.” 박씨는 자신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아이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금처럼 밝게 자라주길

다만, 박씨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은 쌍둥이가 모두 밝고 씩씩하다는 점이다. 다리교정기를 착용하고 아장아장 걷는 도현이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걷다 넘어지지만 단 한번도 운 적이 없다. 가끔 형제가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이좋게 지낸다. 최근엔 도현이가 도윤이의 유아차를 밀어주며 걷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물건을 집지 못하는 도윤이에게 도현이가 과자를 먹여주기도 한다. “1분 먼저 태어난 형이라고, 형답게 동생을 돕고 있어요.” 이들은 최근 사람들의 표정을 읽기 시작하면서 박씨의 고단함도 헤아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자 “엄마 충전해줄게”라며 아이들이 박씨를 꼭 안아준 적도 있었다.

도현이와 도윤이는 유치원에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도윤이는 몸이 불편한 자신을 알뜰살뜰하게 챙겨주는 한 친구의 이름만 나오면 함박웃음을 짓는다고 한다. 박씨는 쌍둥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했다가 앞으로 받을 상처가 지레 겁나기도 한다. 학교에 입학하면 남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얼마 전에 첫째가 저한테 ‘엄마, 저도 엄마처럼 잘 뛰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하면 너도 뛸 수 있다고 말해줬지만 마음은 아리죠. 지금처럼 긍정적이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커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도현, 도윤이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업은행 148-013356-01-136 예금주: 대한적십자사)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대한적십자사(1577-8179)로 문의해주십시오. 모금에 참여한 뒤 대한적십자사로 연락해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10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병원비와 생활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박씨 가족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1000만원 이상 모금이 되면 도현, 도윤이 가정처럼 어려운 위기가정 지원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 보도 이후

<한겨레>와 굿네이버스가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예림이(가명)의 사연(<한겨레> 2021년 7월6일치 12면)이 소개된 뒤 총 2879만1130원(8월6일 기준)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일시후원 계좌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2273명의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후원금은 예림이 가정의 주거 개·보수 지원비, 생계비 및 예림이의 교육비로 전달됩니다. 또한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예림이 가정처럼 어려운 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예림이에게 소중한 마음을 보내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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