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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지자체 조례의 횡포 ‘장애인은 도서관·박물관 못가!’

등록 2013-08-18 20:39수정 2013-08-18 21:34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최중범) 직원들이 17일 강원도 춘천 홈플러스 앞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자치법규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난 3월부터 강원도와 지역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장애인 차별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권 옴부즈맨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최중범) 직원들이 17일 강원도 춘천 홈플러스 앞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자치법규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난 3월부터 강원도와 지역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장애인 차별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권 옴부즈맨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지역 쏙] 조례의 시대, 장애인 차별하는 조례들
조례가 시민들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조례를 바꾸고, 장애인 자활을 돕는 조례를 만들라는 장애인단체의 요구가 거세다. 조례가 출산, 이동, 취업 등 장애인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1. 최근 지적장애 3급인 이아무개(18·부산)씨는 부산시의회 본회의를 방청하려다 포기했다. 시의회 누리집 방청안내문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방청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흉기 등 위험한 물품을 갖고 있는 사람과 술에 취한 사람 등과 함께 ‘정신이상자’의 방청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의회 방청뿐 아니라 박물관과 시립도서관, 복지관, 평생교육센터 등 상당수 공공시설에는 지적장애인의 출입을 조례로 막고 있다.

# 2. 시각장애인 조아무개(41·여·강원 동해)씨는 딸과 함께 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에 갈 때마다 곤혹을 치른다. 조씨의 눈 구실을 하는 안내견 때문이다. 조씨는 “안내견은 훈련을 받아 외출시 대소변을 보지 않고 짖지도 않으며 목줄도 꼭 한다”고 설명하지만, 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 관리사무소는 조례에서 ‘애완동물 동반 출입’을 금하고 있다며 막무가내다.

지적장애인 공공도서관 출입금지
조례 만드는 지방의회 방청도 제한
차별금지법 제정된지 6년 됐지만
전국 차별 조례 1236건…개정도 ‘미적’

2007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6년이 지나, 요즘은 장애인을 불구자, 정신이상자, 백치 등으로 낮춰 부르던 사회 분위기는 바뀌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자치법규(조례·규칙·훈련·예규)에는 여전히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장애인에게 조례 개정은 절실한 문제다. 장애인 출산지원조례와 장애인휠체어 수리지원조례 등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문제가 조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조례 제·개정추진연대(추진연대)가 지난해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시행하고 있는 자치법규 9만6224건을 살펴보니 1727건의 장애인 차별조항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정신이상자’란 이유로 박물관과 도서관 등 공공장소 입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가장 많다. 정신이상자는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모욕과 상처를 주는 차별적 표현이지만 강원 동해시에 있는 화석박물관은 ‘정신이상자’의 관람을 금지할 수 있도록 운영조례에 명시하고 있다. 춘천시립도서관 이용규칙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명규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권익옹호팀장은 “정신이상자란 단어는 정신장애인을 비하할 때 쓰인다.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데도 무조건 정신장애인의 공공장소 입장을 막는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근원적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신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공공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타인이 혐오할 만한 결함이 있는 사람’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사실상 장애인의 공공시설 출입을 막는 사례도 있다. 상위법에 근거도 없이 자치법규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다. 1974년 폐지된 미국 시카고의 지방조례인 ‘어글리법’과 비슷하다. 어글리법은 ‘신체가 절단된 자, 몸이 기형인 자 등 보기 추하고 역겨워 혐오감을 주는 자’ 등이 도로 등 공공장소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서울 구로구 문화예술회관 조례, 부산 강서구 강서도서관 조례,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 조례, 광주 광산구립도서관 조례 등 대한민국 자치법규에는 아직 이런 조항이 살아 있다.

조례 등 자치법규를 만드는 기초·광역의회가 오히려 장애인 차별에 앞장서기도 한다. 부산광역시의회는 회의규칙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자’는 방청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원 원주·태백시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울산광역시의회는 회의규칙을 개정해 방청 제한 대상에서 이 문구를 삭제했다. 이동구 울산광역시 의회사무처 의사계 주무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저촉할 우려가 있어 내부 논의 끝에 조례를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법규는 장애인의 공무원 취업이나 승진시 장애인을 차별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도 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규칙은 면접시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용모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김아무개(44·지체장애1급)씨는 “말을 더듬거나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언어장애인과 안면장애인,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의 공직진출을 차단하는 기준이다. 장애인들의 복지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직 관련 자치법규 분야는 좀처럼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자치법규에서는 아직도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목포시, 대구광역시 동구, 경기 의왕시 등은 ‘장애극복상 조례’를 두고 있다. 조현식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장애극복을 상까지 주며 찬양한다면 장애를 가진 보통 장애인들은 부끄럽고 못난 사람이 된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제기를 수용해 2008년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올해의 장애인상’으로 바꾼 상황이다.

장애인들은 2011년 ‘전국장애인조례 제·개정추진연대’를 꾸려 장애인 차별적 조례 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적으로 1727건의 장애인 차별 조례를 발견해 각 지자체에 개정을 요구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491건(28%)만 개정됐을 뿐이다.

김의수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선임연구원은 “장애인 복지 문제에서 지자체 조례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들이 조례 개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장애인 필수조례 7가지, 우린 있나요?

출산·휠체어수리·자활 지원 등
절실히 필요한데 제정 드물어

전국 광역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가 만든 자치법규 9만6224건 가운데 장애인과 관련이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전국장애인조례 제·개정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가 조사해보니 1300여개(1.3%)에 불과했다. 추진연대 쪽은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7가지 조례’(표)를 뽑아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추진연대는 ‘장애인 가정·여성 출산지원금 지원 조례’를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조례로 꼽았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244곳 가운데 이 조례를 제정한 곳은 58곳(23%)에 불과하다. 현재 1~3급의 여성 장애인이 출산하는 경우에는 아이 한 명 기준으로 중앙정부로부터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추진연대 관계자는 “상당수 여성 장애인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고 비장애인에 견줘 산후조리 시간이 긴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 출산지원금만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전북 전주시의 출산지원 조례는 눈길을 끈다. 유미 전북장애인조례제·개정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부모가 모두 장애인인 경우 50% 가산해 출산지원금을 주는 것은 전주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휠체어 등 수리지원 조례’도 절실하다. 200만~300만원인 전동휠체어 값의 80%를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전동휠체어 보급이 늘었지만, 수리는 자비로 해야 한다. 뇌성마비 장애인 김아무개씨는 “3년 전 구입한 전동휠체어를 8번이나 고쳤다. 휠체어 값과 맞먹는 수리 비용이 들었다. 중요한 부품이 고장나면 100만원이 넘는 수리 비용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등 22곳(9%)에서만 휠체어 수리 지원 조례가 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는 35곳(14%)에만 있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조례’가 제정된 곳도 26곳(10.6%)에 그치고 있다.

‘신장장애인 혈액투석비 지원 조례’는 경남도와 강원도 속초시 등 단 2곳에만 있고, ‘장애인 웹접근성 보장에 관한 조례’도 대전 동구와 경북 울진군 등 2곳만 만들었다.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등을 지원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도 64곳(26.2%)에만 있다.

춘천 전주/박수혁 박임근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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