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노아무개(52)씨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버스정류장에 나선다. 흰 지팡이로 길을 더듬어 걷는 노씨에게 출퇴근 시간의 정류장은 좁고 붐비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착한 버스까지 걸어가기도 힘들다. 노씨는 “정류장 바닥에 노란색 점자블록이 깔려 있지만, 실제로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 몰라 늘 헤맨다”고 했다.
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정한 ‘세계 시각장애인의 날’(흰 지팡이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의 날이 올해로 36번째를 맞았지만,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버스를 이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노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은 버스가 정류장의 일정한 위치에 서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불편해한다. 지난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 버스 이용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91%가 “버스 탑승·하차 서비스를 개선하면 지금보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의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내에 이른바 ‘배리어 프리’(장애인의 편의를 돕고자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 버스정류장이 등장한다. 서울 관악구 한국교통약자버스이용협동조합은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정류장(정류장 번호 19-133)과 동작구 동작구청·노량진초교 앞 정류장(20-190), 보라매병원 정류장(20-217) 등 버스정류장 5곳을 ‘교통약자 승차구역’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올해 안에 설치작업을 끝내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시범지역 정류장에는 현재 정류장 바닥에 설치한 노란색 점자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분홍색 점자블록을 이어붙이고, 정류장 인도 턱에 형광색 바탕에 검정 특수페인트로 ‘교통약자 승차구역’이라는 글씨를 써넣는 작업을 하게 된다. 예산은 한 정류장에 200만원씩 총 1000만원이 소요된다.
최근 한국교통약자버스이용협동조합 대표는 “전용 승차구역이 보이면 버스기사들은 정차거리를 쉽게 조정할 수 있고,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승차할 때 시간이 지체되지 않아 시민 모두 버스 이용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조합의 사업 취지에 공감해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 사업에 행정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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