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지역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한 용산행복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과 활동보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의 문화재 해설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청자실에 있던 도자기 조형물이 참 예뻐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
또렷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10일 오후 중증장애인인 조완수(49)씨는 신나보였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처음 왔다는 조씨는 미술관에서 본 유물을 상상하듯 내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고 했다. 조씨는 이날 용산구의 이슬람사원과 국립한글박물관도 처음으로 둘러봤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멋지고 예쁜 것을 보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조씨를 포함한 중증장애인 8명과 이들의 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인 8명, 장애인센터 직원과 공무원 등 24명은 이날 ‘소풍’을 다녀왔다. 용산구청과 용산문화원이 2013년부터 운영해온 ‘해설이 있는 용산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장애인 대상으로 바꿔 마련했다. 용산문화원은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준비하고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이슬람사원, 리움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으로 동선을 짰다. 조씨는 “이슬람교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선물 같은 소풍의 기회가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봉재(46) 용산행복장애인자립센터 팀장이 두 달여 동안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설득한 끝에야 이번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 팀장은 “공공기관마저도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곳이 많다. 누구나 가능하다는 문화탐방이지만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비장애인들이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쉽게 지나가는 도심 속 문화공간에 장애인들은 용기를 내어야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비장애인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탐방을 운영하는 용산문화원 김주호(42) 과장은 “장애인센터에서 연락이 왔을 때 ‘우리가 놓친 것이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힘겹게 얻어낸 권리지만 집 밖은 여전히 장애물이 많았다. 이슬람사원의 출입구 경사로가 가파른 탓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뒷문으로 돌아가야 했다. 차가 빠르게 달리는 골목길에서는 늘 움츠러들곤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즐거워보였다.
자립센터의 직원이자 선천적 뇌·척수수막염으로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선아(28)씨는 “혼자서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에게는 집 밖을 나서는 것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열린 공간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최미영(42)씨의 활동보조인 이기원(36)씨는 최씨의 밝은 모습을 보며 함께 미소지었다. 이씨는 “최씨가 집 밖에 나와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같이 살기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다. 장애인들을 배제하고 격리하기보다 함께 공존하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사회”라고 했다.
용산구청은 이 행사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해서라도 내년부터 상·하반기 두번씩 탐방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반응이 너무 좋았다. 장애인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위한 행사로 확대해가자는 의견도 있다”라고 했다.
소풍을 마치며 김 팀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일상의 차별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장 자원봉사 활동도 쉽게 못 나갑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면 장애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장애인도 욕구가 있고 능력이 있는 존재입니다.” 황금비 최우리 기자 withbee@hani.co.kr
용산구청 지역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한 용산행복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의 문화재 해설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용산구청 지역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한 용산행복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의 문화재 해설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용산구청 지역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한 용산행복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과 활동보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아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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