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들무새>의 조합원 자녀들이 원두를 로스팅한 커피를 포장하고 있다. 카페 들무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는 문명화된 동물들을 그렸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가 아닌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구현한다. 영화에서 행정공무원으로 나오는 ‘나무늘보’라는 캐릭터가 있다. 버퍼링에 걸린듯 천천히 말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게 특징이다.
인간은 나무늘보처럼 다른 속도를 가진 이들과 어우러지며 살고 있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를 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모두 273만명으로, 대략 100명 가운데 5명이 조금 넘는다. 특히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합친 발달장애인은 약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인지·의사소통의 제약으로 교육, 고용, 일상생활 등에서 외진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예컨대 15살 이상 인구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 2014년 기준 62.4%인데 자폐성 장애인은 고작 12.8%에 머물고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5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가슴앓이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들과 힘을 모아 사회와의 소통에 나섰다.
서울 중랑구 면목4동 용마산역 부근에 있는 <카페 들무새>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11명이 2015년 2월 공동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커피비평가협회(CCA)가 주관한 실기시험에도 6개월씩 시차를 두고 합격하고 카페 문을 열었다. 중랑구청과 인근 주민들까지 힘을 보탰다. 주민센터에서 발달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축제인 ‘장미축제’에 이 협동조합 조합원을 동대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카페 들무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비자들과는 맛있는 커피로 만나고 싶어한다. 송명금 조합 이사장은 “사람들에게 그 어느 곳보다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 전국의 다른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이 여기서 일을 하면서 사회와 만나는 통로이자 동시에 교육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 대인관계나 작업 규칙을 체득하며, 상호학습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서울 시내에는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카페도 몇 곳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부터 종로구 청사 안에 ‘꿈을 담는 틀’이라는 뜻의 <카페 꿈틀>을 운영하고 있다. 비장애인 바리스타 1명이 장애 바리스타 2명과 짝을 이뤄 운영하는 이곳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직업체험 장소로도 활용된다. 노원구청은 2013년 6월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내 민원실을 리모델링해 <디엔디 카페>를 열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카페도 있다. 에스피시(SPC)그룹이 서울시, 푸르메재단, 소울베이커리와 공동사업으로 시작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다섯 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6호점을 준비중이다.
발달장애인 부모 최석윤씨는 “카페는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말한다. 커피에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등 4가지 기본 맛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번 주말 보람이라는 맛까지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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