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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만리재사진첩] ‘당신과 나의 해방을 잇다’ 노들장애인야학

등록 2020-05-20 11:07수정 2020-05-20 11:30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와 활동 지원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야학 바닥에서 빗물을 쓸어내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은 5월 8~22일까지 진행되는 입주건물 엘리베이터 공사로 학생들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주차장에 임시 천막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와 활동 지원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야학 바닥에서 빗물을 쓸어내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은 5월 8~22일까지 진행되는 입주건물 엘리베이터 공사로 학생들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주차장에 임시 천막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장애경(52) 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뇌병변 1급 장애를 지닌 그는 노들장애인야학의 12년차 학생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이 입주해있는 유리빌딩의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 교실에서 그를 만났다. “학교에 나와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정말 좋다"며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국어를 손에 꼽는 그의 곁, 걷어올려진 천막 옆으로 고인 빗줄기가 쏟아져내렸다. 유리빌딩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노들장애인야학은 5월 한 달 주차장에 마련한 임시 교실에서 단축수업을 하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장애경(52)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장애경(52)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1993년 장애인복지시설인 정립회관 안에서 문을 연 뒤 2008년 대학로에 독자적인 교육공간을 마련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노들장애인야학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받지 못했던 장애성인들이 함께 배우며 장애인 차별과 싸워온 역사를 담아온 상징적인 공동체다. 노란 들판의 준말인 `노들'은 농부의 노동이 녹아난 들판에 넘실대는 결실들을 떠올리며 지었다. 농부의 마음으로 그 들판을 일구는 노들인들은 오늘도 ‘상호 협력과 연대'로 '인간 존엄성과 평등'이 넘쳐나는 노란 들판을 꿈꾼다.

거센 빗줄기가 쏟아진 지난 18일 저녁 오후 5시부터 시작된 2교시 수업이 모두 끝났다. 도시락으로 저녁 급식을 마친 학생들도 하나 둘 도착한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빗물에 주차장 바닥은 얕지만 거대한 물웅덩이가 된 듯하다. 조금 전까지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와 활동 지원사들이 바짓단을 걷고 나섰다. 저마다의 손에는 대형 넉가래가 들려 있다. 힘찬 노동 끝에 물보라와 땀방울이 섞인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 멕시코 치아파스의 어느 원주민 여성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학교를 소개하며 먼 이국땅 한 원주민의 외침을 전했다. 그의 당당한 제안처럼 노들인들도 이 학교를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연결된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모순에 맞서 희망을 일구려는 이들의 소중한 학교를 사진으로 만나본다.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천막에 수업중임을 알리는 글귀 등 학생들이 장식한 다양한 메모들이 걸려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천막에 수업중임을 알리는 글귀 등 학생들이 장식한 다양한 메모들이 걸려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천막에 학생들이 장식한 다양한 메모들이 걸려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천막에 학생들이 장식한 다양한 메모들이 걸려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기둥에 걸려 있는 수업시간표.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임시 교실이 마련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 기둥에 걸려 있는 수업시간표.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한 학생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한 학생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장애경(52)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뒤 월계동 자택으로 귀가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에 오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장애경(52)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리빌딩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뒤 월계동 자택으로 귀가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에 오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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