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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덥다고 찬물, 자기 2시간 전 밤운동은 “여름 숙면 방해꾼”

등록 2021-06-26 18:57수정 2021-06-26 21:25

[토요판]
황병일 수면코칭연구소 소장
황병일 수면코칭연구소 소장. 유튜브 화면 갈무리
황병일 수면코칭연구소 소장.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부와 명예,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잠을 못 자는데. 걱정과 근심이 많고 잠을 못 자면 자기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져요. 잠을 줄이고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의미가 없는 이유예요.”

지난 22일 <한겨레>와 전화로 만난 황병일 수면코칭연구소 소장은 ‘잘 자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뒤 1년6개월여간 외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수면의 질은 아침에 쬐는 햇볕과 낮의 활동량에 큰 영향을 받는데, 제한된 환경은 사람들이 햇빛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였다. 의학계에서는 아침 기상 후 망막을 통해 햇빛을 보면 뇌에서 활동하기 좋은 호르몬이 나오고, 그 이후 약 15시간 뒤 뇌에서 숙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생체시계가 설정돼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황 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면서 수면에 관한 관심이 더 늘었음을 실감한다. 다가오는 7~8월, 열대야까지 겹치면 일상에서 겪는 수면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보내야 할지 황 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선 황 소장은 여름철 숙면을 위해 에어컨과 제습기 등 습도를 낮추는 가전제품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특히 온도보다 습도가 숙면을 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잠들기 전 에어컨을 틀어 방을 시원하게 만든 뒤, 잠들 때쯤엔 제습 기능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황 소장은 당부했다.

“여름엔 기온과 습도가 함께 올라가요. 밤에 잠을 잘 자려면 체온이 낮보다 섭씨 0.2~0.3℃ 떨어져야 쉽게 잠을 잘 수 있거든요. 체온이 높으면 잠들기 어려운데, 여름철은 습도가 높아 몸에서 나오는 땀이 증발되지 않고 몸을 덮고 있기 때문에 체온을 올립니다. 결국 잠들기 더 어렵게 되죠.”

무더위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특히 잠들기 전 차가운 음식을 멀리하고, 운동도 자제하는 게 좋다. 또 밤 11시에 잘 계획이라면 운동은 밤 9시 이전에 마쳐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체온이 높아집니다. 차가운 음식에 대항하기 위해 몸이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잠이 들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죠. 잠들기 2시간 안에는 운동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운동 역시 체온을 올리기 때문이죠.”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 몸에 좋은 호르몬이 나오는 ‘건강의 골든타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황 소장 역시 한때 심각한 불면증을 겪었다. 젊은 시절, 사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고민과 스트레스가 잠을 방해했다. 하지만 그는 이때를 계기로 잘 자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잠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는 30대 때부터 시작한 수면 관련 사업을 22년째 하고 있다. 메모리폼 베개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고, 현재 운영하는 업체의 부설 연구소인 수면코칭연구소 소장도 맡았다. 잘 자는 법에 관한 책도 세권이나 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 ‘잘재남(잘 재워주는 남자) 티브이’를 시작했다.

황 소장은 1990년대 말 수면 관련 사업을 시작했을 때와 견줘, 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했다. 한때 수험생들 사이에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엔 잠을 줄여 공부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지금껏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을 죽은 시간이라고 착각했어요. 의식이 없기 때문에 줄여야 할 시간이라고 잘못 알았던 것이죠. 하지만 자는 동안 몸은 활발히 대사 활동을 합니다. 몸에 영양을 보내주고 뇌에 쌓인 노폐물은 빨리 배출해줍니다. 이런 신진대사가 부족하면 결국 질병이 찾아옵니다.”

잠을 줄이면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아 몸이 붓고, 불필요하게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 나온다. 몸을 상하게 하는 악순환이 잠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황 소장은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니라 잠드는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잠드는 순간에 아침이 시작된 거예요. 잠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결정되니까요.” 그는 오늘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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