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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대한적십자사, 헌혈자 개인정보 176만건 카이스트에 무단 제공

등록 2021-10-12 15:52수정 2021-10-12 16:09

최혜영 의원, 대한적십자사 제출 자료서 확인
대한적십자사 누리집 갈무리
대한적십자사 누리집 갈무리

헌혈자 혈액 정보관리와 혈액 수급 등을 맡은 대한적십자사(적십자사)가 지난해 헌혈자 정보가 담긴 정보 약 176만 건을 민간에 무단으로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직원 ㄱ팀장과 ㄴ과장은 지난해 9월28일 카이스트 및 에스케이텔레콤(SKT)과 다자 업무협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헌혈자 정보가 담긴 176만 건을 대한적십자사 내부 결재 없이 임의로 카이스트에 제공했다. 카이스트는 다음날인 29일 해당 정보를 SKT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를 민간 기업에 넘긴) 담당자가 누군지, 어떻게 된 건지 찾아보고 있다”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의 세부 설명자료를 보면, SKT와 카이스트가 헌혈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헌혈 증진 방안을 연구할 목적으로 사업을 제안했고, 적십자사가 헌혈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해당 자료엔 헌혈장소와 성별, 직업군, 헌혈종류, 나이, 헌혈구분, 혈액형, 헌혈종료시간, 기념품 수령 내역 등 9종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현재까지도 해당 기관과 실질적인 협약이나 용역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적십자사는 내부적으로 법 위반여부를 검토한 결과 “해당 외부유출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중 가명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가명 정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사건에 가담한 두 직원에 대해 ‘감동 3개월’, ‘견책’ 등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단순자료이기 때문에 반출된 사실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혈액관리본부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적십자사의 연례 개인정보 보호 실태점검에서 ‘보호대책’ 부분 만점(100점)을 받았다. 혈액관리본부는 보호대책을 포함해 관리체계, 기타보안 등 총 5개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혜영 의원은 “헌혈자의 혈액정보는 상당히 민감한 정보로 지침에 따라 엄격히 관리돼야 함에도 176만 건이 아무런 근거나 형식적 절차 없이 제공된 것은 대한적십자의 안일한 개인정보 관리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헌혈자 및 혈액정보관리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직원 기강은 물론 실태점검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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