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트럭이 빠져나오고 있다. 이 백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한 초도물량으로 이날 국내에 처음 공급된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28일부터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내년 상반기까지 모더나와 화이자 등 엠아르앤에이(mRNA) 백신의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이후 백신 원액을 받아와 충전·포장하는 ‘완제 생산’(DP)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존림 삼성바이오 사장은 이날 오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에서 열린 모더나 백신 출하식에서 “엠아르앤에이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제의약품생산라인(DS)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고
다양한 치료제 백신에도 투자하겠다”며 “이를 통해 팬데믹을 조기에 극복하고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삼성바이오가 생산해 국내에 도입하는 백신은 243만5천회분으로 이날 112만1000회분, 29일 131만4000회분이 각각 출하될 예정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는 모더나 백신의 원액을 들여와 충전·포장하는 완제 생산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원액 생산은 현재 스위스의 론자 기업에서 하고 있는데, 백신 제조 기술 이전까지 동반되어 있고, 생산 기반 시설도 완제 생산과 다르다. 이 때문에 존림 사장의 발언은 내년 상반기까지 백신 원액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우선 갖춰두는 것을 뜻한다는 게 삼성바이오 쪽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액 생산을 알 수 있는 시설을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하겠다는 뜻”이라며 “단순히 모더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엠아르앤에이 백신 원액 생산도 가능하도록 설비를 만들어놓고 나중에 수주를 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의 계획대로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할 경우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지만, 하청 생산이란 한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엠아르앤에이 백신은 다른 백신 플랫폼과 견줘 효능과 안정성이 상당히 높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장점이 있다”며 “앰아르앤에이 백신을 우리가 생산할 수 있다면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새로운 면역 치료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유사시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액 생산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백신 공급량을 결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완제 생산이든 원액 생산이든 하청 생산이란 점은 같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신종병 등의 또 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기술을 가지고 국내 백신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백신 개발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이날 “내년 상반기 국산 백신 1개 이상 개발을 목표로 총력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 8개 기업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고, 이 가운데 선두 기업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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