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 질병관리본부가 독감 주의보를 발령한 지난 2013년 1월1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화아동병원에서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이 진료받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른바 ‘여름 감기’로 알려진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파라인플루엔자) 환자가 한달여 만에 9.2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6살 이하 영유아 환자였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 2일 정례 브리핑에서 “9월 말 이후 영남 지역에서 파라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엔 전국적으로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이완되면 호흡기 감염병도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라인플루엔자는 감염에 의한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 접촉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8월에 유행한다. 생후 6∼24개월된 영유아에게 가장 위험이 크고, 성인은 감염 위험이 낮다. 증상은 대부분 경미한 발열이나 기침, 콧물이지만 심한 경우 소아에서 컹컹 짖는 듯한 기침인 크룹(crup·급성후두기관지염)이나 세기관지염, 폐렴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8월말~9월초 영남 지역 6살 이하 영유아에게서 시작된 파라인플루엔자는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방대본이 최근까지 병원급 의료기관 219곳을 대상으로 파라인플루엔자 입원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환자수는 9월12~18일 56명에서 10월17~23일 515명으로 한달여 만에 9.2배가량 늘었다.
전체 파라인플루엔자 환자 대비 6살 이하 환자수는 10월17~23일 기준 473명으로 전체 환자 수 대비 91.8%나 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21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68명), 서울(44명), 강원(38명), 전북(35명), 경남(35명) 순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은 파라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늦게 나타나는 이유로 세 가지 가능성을 들었다. 이상원 단장은 “지난해 파라인플루엔자와 인플루엔자가 모두 유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면역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더 떨어져 있어서 좀 더 취약한 상황이 아닌가 판단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보다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졌고, 인플루엔자가 활동하기 좋은 시기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 등으로 파라인플루엔자와 독감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결핵, 수두, 홍역, 백일해, 성홍열, 급성호흡기감염증 등 호흡기 감염병 발생은 모두 크게 줄었다.
방역당국은 파라인플루엔자가 독감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와 함께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방역수칙 준수와 예방접종을 강조했다. 이상원 단장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19, 파라인플루엔자가 어떻게 활동할 수 있는지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19가 같이 유행할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파라인플루엔자는 예방접종이나 치료약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회피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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