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1단계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 과정에서 주별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관리지표를 9일 발표하기로 했으나 돌연 한 주 연기했다. 지난 1일 일상 회복 1단계 시작 이후 확진자·위중증환자·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9일 브리핑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지표들을 여러 관계자들과 부처 및 담당기관에서 의논했지만, 지표가 정해지면 판단의 기준점이나 논거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이 굉장히 크다”며 “사회적으로 허점이 없는지,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숙고가 됐는지 좀 더 깊게 판단해야 될 시간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애초 질병관리청에선 주간위험도 평가를 위한 주요 7개 관리지표를 만들어 이날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이를 발표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청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7개 관리지표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규모, 중환자 병상 가동률, 확진자 수, 검사 양성률 등을 포함하는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특정 수치 등으로 이 지표를 구성하면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지만, 그로 인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가 사실상 정해져버리는 우려가 있다. 이전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서도 확진자 숫자에 따라 사실상 거리두기 단계와 이에 따른 방역 조처가 제한받는 한계가 있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이해 가능하도록 숫자를 제시하면 직관성이 좋아지지만 퇴로를 막는 문제가 있고, 증가율을 사용하면 직관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리지표는 앞으로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 과정에서 정부 조처의 밑바탕이 된다. 질병청이 상황의 위험도를 평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고하는 체계로 운영할 예정인데, 관리지표에 기반해 12월13일과 1월24일로 예정된 2·3단계 진행 여부는 물론 이행 과정을 중단하는 비상계획 가동 등도 결정하게 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 규모뿐 아니라 위중증 환자나 중환자실 등 의료 체계까지 포함해 평가하는 체계를 검토하는 중으로, 어떻게 체계를 가져갈지 좀 더 다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선 확진자 5천명, 위중증 환자 500명대를 현재 의료대응 체계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 1일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 시행 1주일 만에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에 이르는 등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 보다 16명이 증가한 425명으로 4차 유행 한복판이던 지난 8월27일 427명 이후 74일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6일부터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로 진입한 이후 조금씩 많아지는 모양새다. 1단계 시행으로 인한 확진자 증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위중증 환자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장 등이 지난 3일 발표한 수리모델링에선 위중증 환자가 다음달에 8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에선 지난 5일 발동한 수도권 병상 동원 행정명령으로 4주 안에 확진자 7천명에 대응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원 단장은 “일상회복은 의료자원이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지, 중환자를 어떻게 관리해 사망을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이를 위해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지표를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 병상 사용률이 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지표만으로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종합적 상황 지표를 보면서 전문가의 집단 의사결정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번주에 부처 간 협의를 한 후 다음주 브리핑에서 (관리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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