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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병상 여유 있다면서 왜?…요양·정신병원 확진자 ‘코호트 격리’

등록 2021-11-10 16:50수정 2021-11-11 02:37

3주 만에 370명→925명 급증
추가 감염 위험에도 이송 못해
고령 확진 환자 치료 대기 길어져
정신병원은 실태 관리조차 안 돼
11곳 중 4곳 남은 전담요양병원
지난 1월3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효정요양병원에서 119구급차가 확진자를 외부 치료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3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효정요양병원에서 119구급차가 확진자를 외부 치료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ㄱ(54)씨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매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병원은 지난 2일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나온 뒤 8일까지 모두 11명이 확진됐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환자가 모여있는 요양병원 특성상 확진자 분리나 전원이 필요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전담요양병원) 병상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특히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와상환자나 치매 환자 등 위중증 고령 환자들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식사 도움과 체위 변경, 수액 주사 등을 위해 병실에 한 번 들어가면 최소 30분 이상 머물러야 한다. ㄱ씨는 “80대 엄마와 같이 살고 있어서 혹시 감염될까 방호복을 벗지 못해 밥도 먹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보건소와 경기도청 쪽은 ‘다른 요양병원도 2주간 확진자를 데리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인데, 정부에서 코로나 병상이 여유가 있다는 건 거짓말이냐”고 말했다. 병원 내 확진자들은 4일 1명을 시작으로 9일이 돼서야 11명 모두 경기도의료원과 경기도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가 시작된 이후 요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등 감염에 취약한 곳에서의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자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들지만, 방역 당국이 ‘코호트 격리’ 조치만 하고 환자 치료를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6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감염된 확진자도 10월 둘째 주 370명에서 11월 첫째 주에 925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요양시설 환자들과 종사자들은 대부분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예방 효과가 감소해 ‘돌파감염’과 ‘집단감염’이 결합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빠르게 집단·돌파감염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요양시설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중등증·경증 요양병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전담요양병원 11곳을 지정해 운영했다. 하지만 10일 기준으로 운영 중인 전담요양병원은 서울 구로, 경기 평택, 울산 남구, 광주 북구 등 4곳에 불과하다. 3∼7월 사이 환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담요양병원 지정을 해제하거나, 정부의 병상 단가 조정에 반발해 병원 쪽이 운영을 포기하는 등 총 7곳이 지정해제됐다.

전국 확진자의 절반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가운데, 서울과 경기 전담요양병원 두 곳은 환자가 몰리면서 병상과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전담요양병원 관계자는 “8일 기준 80개 병상 중 75개가 찼고, 이 중에 40명이 와상 중증환자인데 현재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1명이 환자 10명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파견한 요양보호사 3명과 간호사 4명이 이번 달 파견이 종료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다른 병원에 문의해도 돌보기 힘든 와상환자는 받아주지 않아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담요양병원 관계자도 “전체 273개 병상 중에 220개 정도가 차서, 병상이 꽉 차간다”며 “서울은 전담요양병원이 하나인데 확진자가 늘어나, 노인분들이 못 들어오고 집이나 일반 요양병원에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담요양병원이 수용하지 못한 환자들이 요양시설에서 ‘코호트 격리’되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 24곳, 요양시설 27곳 등 모두 51곳(7일 오후 5시 기준)에 대해 코호트 격리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환자가 수용되는 정신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 구리의 한 정신병원에선 지난 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이튿날 19명의 환자와 병원 관계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2층에는 입원환자 40명이 있어 추가감염의 위험이 있었다. 방역 당국은 “병상이 부족하니 이송이 어렵다”며 이송 요청을 거부하며 “다른 방을 만들어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이 병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신을 보면, 열이 섭씨 40도가 넘고 온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해진 병원 확진자 한명만 담당자에게 읍소한 끝에 겨우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병원 의료진 ㄷ씨는 10일 “오늘도 언론에선 중환자 병상이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병원에 있는 중증 환자를 전원시킬 곳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시설의 수는 파악하고 있지만, 정신병원의 실태는 별도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전담요양병원의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도 이날 <한겨레>에 “이번 주 안으로 서울과 경기 , 인천에 각 1개씩 총 3개의 전담요양병원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 ”이라며 “서울과 인천은 앞서 지정됐던 곳이라 이른 시일 내 지정될 수 있을 것 같고 , 경기한 곳은 새로 지정되는 곳이라 시설 공사 등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청도대남병원에서 있었던 일과 지난해 말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쏟아졌던 문제를 올해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어 정부가 그동안 무얼했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전담요양병원을 지정·해제하지 말고 유지해야 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정신질환자를 돌볼 수 있는 ‘감염병전담 정신병원’도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이재호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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