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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중환자 병상’ 75% 찼는데…추가지정 전담병원 열려면 최소 3주

등록 2021-11-14 16:49수정 2021-11-15 02:34

수도권 비상계획 발동 기준 초과
전담요양병원 4곳 추가 지정했지만
“환자들 동의 안해 공사 지연” 난항
지정·해제 반복 비효율 지적 나와
전담병원 의료대응력 높여야 실효
정부 “내년 의원급 치료체계 갖출 것”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운영 중인 서울 구로 미소들병원 모습. 연합뉴스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운영 중인 서울 구로 미소들병원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집단 돌파감염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가동률도 75%를 넘어섰다. 정부는 주로 고령층 확진자가 중증화 하기 전 치료를 감당하는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이하 전담요양병원)을 추가로 지정해 위중증 병상의 부담을 낮출 계획이지만, 추가 지정 병원이 환자를 받기까지는 최소 3주 이상 준비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몇 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전담요양병원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는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14일 0시 기준 인공호흡기와 인공심폐장치(에크모) 등의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는 483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485명)를 기록한 전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82.2%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고령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확진자가 몰려있는 수도권은 중환자 병상가동률이 70%를 모두 넘는 등 의료체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3일 오후 6시 기준 76.2%, 인천은 75.9%로 정부가 비상계획 발동 기준으로 제시했던 ‘중환자실 병상가동률 75%’를 넘어섰다. 경기(71.9%·13일 오후 5시 기준)도 비상계획 기준에 바짝 다가섰다. 수도권 중환자 병실가동률이 75%가 넘더라도 당장은 수도권 환자들을 상대적으로 병상 여유가 있는 비수도권 병상으로 옮기면 되지만, 병상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요양시설·병원을 중심으로 한 돌파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일 병상확보 행정명령으로 1천여개의 준중증·중환자 병상을 추가한 데 이어, 지난 11일엔 중등증 및 경증의 요양병원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 405개 규모 전담요양병원도 추가로 지정했다 서울 보라매·퍼스트 요양병원과 인천 청라백세요양병원, 경기 신갈백세요양병원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기존에 전담요양병원을 운영했던 곳은 청라백세요양병원 한 곳뿐이다.

하지만 이미 병상이 많이 찬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지정된 전담요양병원은 기존 입원 환자를 전원시키고, 시설공사와 인력 준비 등을 갖추려면 최소 3주 이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규로 지정된 전담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들이 전원에 동의하지 않고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환자들을 억지로 쫓아낼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한 구립요양병원은 지난 2월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됐지만, 기존 환자들의 반대로 문을 열지 못했다.

확진자와 병상가동률에 따라 전담요양병원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는 과정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소 운영기간 등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지정과 해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되는 곳들 입장에선 혼란과 불안이 크다. 전담요양병원을 운영했던 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경우 전담요양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병상당 1천만원에 체온계와 혈압계, 공사 비용 등 총 10억원의 세금이 들어갔다”며 “지난 7월에 확진자가 적다고 해제시키고 이제 와서 또 지정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전담병원에 들어간 세금은 아깝지 않고, 환자가 잠시 줄었을 때 매달 들어가는 병상 유지 비용은 세금낭비라는 감시나 비난이랑 직결되니까 일단 없애고 보자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새로운 전담요양병원을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존 전담요양병원에 의료인력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담요양병원에서 중증화한 환자를 상급 종합병원 위중증 병실로 전원하는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존 전담요양병원의 의료대응 여력을 높여 중증환자도 잘 치료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전담요양병원 관계자는 “80개 병상 중에 사망하시는 분들을 둘 필수 공간을 빼면 76개가 다 찼고 대부분이 중증 환자인데, 중증 환자 전담병상이 있는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으니 제대로 치료를 못받고 돌아가시고 있다”며 “지정만 할게 아니라, 병원이 잘 돌아가도록 의료인력과 인공호흡기 등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전담요양병원 관계자는 “최소 시설 선정 기준도 없고 병상수만 보고 지정하면 끝이고 이후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새로 지정된 곳에 최소 운영기간이라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장기화에 대비해 서둘러 중장기적인 의료대응 체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승관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증가할 것은 예견됐는데, 정부가 중장기적인 미래 전략이 없다 보니 병원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병원 전체를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기보단, 요양병원 가운데 300병상 이상을 갖춘 큰 병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게 해 감염병 진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백신과 치료제로도 델타변이의 높은 전파력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어 코로나가 2∼3년 안에 계절 독감처럼 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장기적인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평상시엔 전담병원 역할을 하되 유행이 잦아들면 재활이 가능한 단기입원환자를 입원시키는 쪽으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유행)확산에 대비해 지난 8월 전담요양병원 후보를 15개 검토해놨고, 수도권 확진자 비중 등 상황을 볼 예정”이라며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에 따라 내년 상반기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하반기엔 의원급까지 코로나19 진단·치료 체계를 갖추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이재호 박경만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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