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재택치료를 받던 ㄱ씨(67)는 지난 5일 밤늦게 호흡 곤란을 느꼈다. ㄱ씨 가족은 자정께 재택치료 담당 의료진에게 곧장 이를 알렸다. ㄱ씨는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재택치료 담당 의료진은 병상 배정을 시도했지만 병상 배정은 더뎠다. 결국 ㄱ씨 가족은 25분 뒤쯤 119에 신고 했고 구급대가 출동했다. 새벽 1시께 병원에 도착했지만 ㄱ씨의 심장은 멈춘 상태였다. ㄱ씨는 6일 오전 숨졌다.
코로나19에 확진 된 뒤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80대 여성도 지난 7일 숨졌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이 출동했지만, 구급대원이 80대 여성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5천명대를 넘나들고 8일 7천명대에 이르면서 병상 대기자도 늘고 있다.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음에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병원 밖’에 있다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최근 5주간(10월 31일∼12월 4일)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코로나19 환자가 2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4시간이 넘도록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숨진 사람은 19명이었다. 또 사망자 29명 중 60대 이상이 28명이었고, 기저질환자로 확인된 사람만 26명이었다.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10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일주일에 1∼3명씩 발생했는데, 11월21일~27일은 10명, 11월28일~12월4일은 13명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정부가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중 사망자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난 10월 재택치료 중 1명이 숨진 바 있고, ㄱ씨의 경우도 재택치료를 받다가 이송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의료 현장에서도 재택치료 환자가 중증환자로 바뀌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한다. 한 수도권 공공병원 간호사는 이날 <한겨레>에 “최근 재택치료 대상자 중 고령자가 많은데,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낮아지는 (위급한) 경우에도 바로 이송되지 못하고 자택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 ‘병원 밖’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1만명을 훌쩍 넘는다. 8일 0시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1만7362명으로, 정부가 ‘재택치료 기본화’ 정책을 내놓은 지난달 29일(8990명)이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날 병상 배정 대기자는 860명이었다. 역시 지난달 21일 이후 연일 700명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병상부족으로 ‘병원 밖’ 치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을 개선할 방안이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병상 배정을 효율화하고, 재택치료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서울시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역학조사 등 다른 업무에 비해 병상 배정 대기자 관련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너무 적다. 병상 배정·관리 업무에 우선 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병상 대기자의 응급이송 시간 단축 방안도 시급하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를 서울에서 경북 지역 병원까지 이송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재택치료 관리기관에 의원급 병원도 포함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스템을 세세하게 정비해야 한다. 홍윤철 서울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재택치료에 대해 각 의원들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이다. (병원 밖 사망을 줄이기 위해) 재택치료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체계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하고, 이 시스템 속에서 고령층 등 연령별 관리를 어떻게 할지 정해서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송 과정에서도 정보 교환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장비를 탑재한 구급차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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