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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고령자 연명치료중단 동의서까지…중환자 늘며 의료체계 붕괴 수준”

등록 2021-12-09 19:59수정 2021-12-10 02:33

[코로나19 위기 현장 증언대회]

산소치료 처치 중증환자 30~50%
고령자에 연명치료중단 동의받아

노숙인·이주노동자 등 취약 계층
확진 뒤에도 재택치료 쉽잖아 방치
“상급종합병원 병상 추가 확보를”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의료연대본부 강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현장 증언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의 방역 정책으로 인한 현장 노동자와 관계자들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의료 지원을 차별받고, 시민을 위해 끝없는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발표하고 정부의 세밀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의료연대본부 강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현장 증언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의 방역 정책으로 인한 현장 노동자와 관계자들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의료 지원을 차별받고, 시민을 위해 끝없는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발표하고 정부의 세밀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로 사람이 죽어야 비로소 병상이 비고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있다는 ‘죽음의 사이클’에 대한 힐난이 현장에 만연해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천명대를 기록하며 병상 가동이 임계치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정부의 재택치료 기본 정책으로 노숙인·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의료연대본부 강당에서 ‘코로나19 위기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에 허수가 있다. 병상을 100%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동률 80%면 다 찼다는 뜻”이라며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사람들은 집에 있고, 입원병상에 입원해야 할 사람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있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일반병실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코로나19 전담병상에서 산소치료 이상 처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 비율이 10월까지는 10~20% 정도였는데 지금은 30~50%까지 높아졌다고 한다”며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는 고령환자가 입원할 때 악화되어도 중환자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설명하며, 연명의료중단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민간병원이 ‘힘든 환자’를 거부해 해당 환자들이 공공의료체계로 몰리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국가격리병상에서 일하는 최은영 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코로나19) 한 병동 12병상 가운데 6명이 산모인 경우도 있다”면서 “서울지역에서 코로나 확진 산모를 입원시킬 수 있는 곳이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2곳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택치료 기본화’ 정책 발표 이후 노숙인·이주노동자·장애인 등은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숙인 지원활동에 참여하는 로즈마리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홈리스에게 자가격리나 재택치료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노숙인 가운데 열나는 사람이 있으면, 병원·임시 치료 시설·생활시설 연계한 뒤 병원으로 옮겨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하는데 그냥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도 “이주노동자들은 감염되면 재택치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 기숙사에 여러 명이 살고 있고 기숙사가 아주 열악하다.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사업장 내 임시시설 같은 임시가건물이 대다수”라며 “확진자들이 (곧바로) 치료시설에 가지 못하니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지난달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해 병상마련을 요구했는데 이미 병상이 꽉찬 상황이라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재택치료를 위해 긴급돌봄-활동지원사 파견을 요청했으나 `자가격리자는 파견이 가능하나 확진자에게는 활동지원사를 파견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증언했다.

요양원도 병상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상태다. 방은숙 의료연대본부 요양시설 조직국장은 서울의 한 시립 요양원 집단감염 사례를 예로 들며 “지난달 말부터 입소자 9명 등 모두 16명이 확진됐다. 확진된 뒤 요양원에서 3∼4일 정도 입원 대기하던 중 (입소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 다른 한 분은 급하게 병원에 이송했는데 이송 직후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방 국장은 이어 “어르신 5명은 현재 모두 (요양원) 안정실에 격리되어 있는데, 병원 이송을 알아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0%, 전국 가동률은 78.8%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상 확보 등 공공의료 체계 마련에 보다 적극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짚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비응급, 비중증 환자를 미루면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10~20%를 비우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추가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을 제공한다는 병원을 통째로 빌려 확보해야한다”면서 “중환자 병상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계속 부족하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권지담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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