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 상황실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중환자들을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에서 퇴원시켜 이른바 ‘스텝 다운’하도록 병상 운영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위중증 환자 가운데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더라도 전담 중환자 병상에서 퇴원시켜 일반 중환자실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이어가도록 병상 운영 지침을 수정하고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위중증 환자라도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몸 속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격히 줄어 추가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학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격리 기간 지침을 증상 발현 후 20일까지로 정하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인공호흡기 또는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의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중증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실 입원환자 가운데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환자는 퇴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증상이 호전되면’이라는 불명확한 조건 탓에 실제론 환자를 준중환자 병실 등으로 전원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민간병원 코로나 중환자 병실의 평균 입원기간이 30일에 이르는 등 중환자 병상의 가동률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연일 최다 위중증 환자·사망자가 나오면서 병상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4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하루에만 900명이 넘는(906명) 위중증 환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처음으로 90명을 넘어섰다(94명).
병상가동률도 연일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의 코로나19 중증병상 가동률이 81.8%로 총 병상 1288개 중 1053개를 사용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하면서 정부는 중환자 병상가동률 75%를 ‘비상조치’ 발동 조건으로 정했는데 이미 초과한지 오래다. 수도권의 중환자 가동률은 86.2%로 827개 중 713개가 사용 중이다. 위중증 환자들이 병상 배정도 받지 못하고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5~11일 사이 병상 부족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환자는 17명에 이른다.
<한겨레>는 앞서 지난달 19일 “
꽉 들어찬 수도권 중증병상…‘28%’는 옮겨서 치료할 만”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 입원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가 완치된 환자임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에는 ‘음성’이 나오지만 추가적인 기저질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음압 병상을 나서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보도 이후에도 정부는 중환자 병상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수본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중증 환자 비율을 최대한 떨어뜨리고 병상을 최대한 효율화하는 것”이라며 “중환자가 감염력이 떨어지는 기간을 봐서 (퇴원시키고) 병상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활용하고 있지만 지금 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건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린 것을 고려해 격리병상 수용 기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한겨레>에 “현실적으로 증상 발현 후 14일이 지난 환자는 유전자분석(PCR) 결과 양성이더라도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돼 감염력이 없다”며 “증상 발현 후 14일이 지나면 준중환자 병실이나 (코로나19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중환자실로 옮길 필요가 있다. 그러면 10∼12% 정도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