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왼쪽)과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해 주지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환자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전파 기간이 짧은 변이 바이러스 특성과 의료체계 부담 등을 고려해 우리도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미국 기준과 동일하게 가기엔 어렵다”면서도 추후 기간 단축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일단 오미크론 밀접접촉자의 격리기간을 다른 변이와 마찬가지로 14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7일(현지시각)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이면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할 것”을 권고했다. 단, 격리가 끝난 뒤에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5일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뒀다. 추가접종(부스터샷)자는 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격리를 하지 않고 10일 동안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미국이 격리기간을 단축한 배경엔 코로나19 감염자의 전파 기간이 짧다는 점이 작용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의 감염이 통상 초기 단계인 증상 발현 이전 1∼2일과 이후 2∼3일 안에 발생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격리기간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특징 등을 고려해 현재 10일로 돼있는 자가격리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델타 바이러스는 증상 시작 전에 75% 이상이 퍼지고 4일째부터 감염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바이러스 특성과 유행 상황이 변했는데 정부 지침은 코로나 초기와 거의 그대로”라며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격리해제 기준 등 세부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델타는 물론 오미크론도 감염 전파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향후 독감처럼 되기 위해선 방역 기준 완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면서도 “이를 위해선 충분한 경구용 치료제 확보와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준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격리기간 단축 가능성에 대해선 열어놨지만, 질병통제예방센터 권고대로 당장 지침을 변경하는 건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영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아직 근거가 불충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진자 격리기간 부분은 미국과 동일하게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델타 바이러스는 증상발현 후 4일 이후 감염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격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우리는 접종률도 높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도 잘 지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권고하는 조건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지만, 격리해제 후 일상 진료 체계로 돌아갔을 때 감염력은 없으나 아직 완치는 되지 않은 환자들을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부터 오미크론 밀접접촉자의 격리기간을 다른 코로나19 변이처럼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박영준 팀장은 “그동안 오미크론 밀접접촉자는 증상 유무와 (예방접종력) 상관없이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했는데, 이번에 근거가 마련되면서 나머지 변이와 동일하게 10일로 바꾸게 된다”며 “늦어도 다음 주엔 (격리기간 단축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미크론을 제외한 다른 변이의 밀접접촉자의 경우 2차 백신 접종 완료자를 제외하고 10일 격리 지침을 적용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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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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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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