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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질질 끄는 간호법 제정 논의…‘국가고시 거부 파동’ 우려

등록 2022-01-10 16:11수정 2022-01-11 02:33

간호사 업무 명시한 숙원 입법
청 국민청원 18만5000명 돌파
간호대생 “국회 뒷짐…집단행동”
국가시험 불응 땐 인력수급 비상

여야, 의사단체 등 반발 이유
법안 발의 뒤 정부에 갈등조정 넘겨
복지위 소위 심의 단계서 제자리
전국 간호대학생 간호법 대책본부 집단행동 선포식이 4일 낮 국회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국 간호대학생 간호법 대책본부 집단행동 선포식이 4일 낮 국회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 간호정책을 하나로 묶은 간호법 제정을 두고 제2의 의료계 국가고시(국시) 거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간호대 학생들이 국회에서 간호법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집단휴학과 집단행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야3당이 간호법을 발의해놓고 이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 타 직역단체와의 갈등조정 업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 전국간호대학생비상대책본부 박준용 본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3월 국회는 간호법을 발의해놓고 관련 단체 간의 의견조율엔 손을 놓은채 알아서 직역 간 합의를 보라고 하고 있다”며 “11일까지 국회가 협의를 위한 유의미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12일부터라도 당장 (집단휴학과 국시거부 등)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국가고시는 오는 21일에 실시되며 이들이 국시를 거부할 경우 2만명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 3건을 심의했지만, 법은 통과되지 못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간호법은 간호계의 숙원사업이다. 70년간 의료법에 포함돼있던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낸 뒤 독립적인 법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간호인력 처우 개선과 노인복지관·가정 등 지역사회로 확장된 간호 업무체계의 정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 방역에 투입된 간호사들의 희생이 주목받으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이 모두 이런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18만5000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타 의료직역 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간호사의 업무는 ‘진료 보조’임에도, 간호사법에서는 ‘환자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어 이 법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가 간호법이 제정되면 영향을 받는데도, 논의 과정에서 전혀 협의가 없었던 점을 반대 이유로 든다.

직역 간의 첨예한 갈등에도 법안을 발의한 국회는 이들 단체 설득에 소극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법안소위에 참여한 의원들은 다른 직역단체의 반대 의견이 억지라고 비판하면서도 갈등중재 역할은 보건복지부로 떠넘겼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사협회가) 마치 단독 개원이 되는 것처럼 언급하면서 엄포를 하고 있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정부가 손 놓고 있다. 정치권에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강기윤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영역 간 다툼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고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복지부 류근혁 2차관은 연이은 의원들의 질타에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조율하겠다”면서도 난처함을 내비쳤다. 류 차관은 타 단체들이 오해하는 부분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되냐”는 전봉민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 대해 “법 제안을 의원님들께서 해주셨기 때문에 그 부분은 행정부가 임의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앙부처 국장급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쟁점을 조정해야하는 게 맞지만, 국회의원들은 법안 제출 개수가 중요해 한쪽 의견만 듣고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추가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관련 단체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코로나19 위기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보건의료분야 직역 간 갈등으로 코로나 의료대응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단체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 양성과 교육의 질적 수준 확보, 근무환경 개선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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