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병원 앞에서 검사 등을 기다리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하루 확진자 5만명 이상 등 위기 단계에 들어서 음압병동이 부족해지면 코로나19 환자가 일반병동에 입원하게 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여 만에 의료현장에 큰 전환이 예고됐다. 예방접종을 완료한 의료진은 확진되더라도 무증상·경증이면 3일 격리 후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근무가 가능해진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런 내용으로 지난달 27일 마련한 ‘병원 내 의료진 감염 대비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9일 공개했다. 의료인 감염이 증가하는 비상상황 시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이번 지침은 하루 확진자 수와 의료인력 격리·감염 비율(병원별 자체 설정)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대비단계)는 하루 확진자 기준 7000명∼3만명, 2단계(대응단계)는 3만명∼5만명, 3단계는 5만명 이상일 때다.
9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만9567명으로 3단계에 육박했지만 ‘5만명 이상’이 발생한다고 곧바로 3단계를 적용하는 건 아니다. 복지부는 “BCP 단계 기준은 확진자 수 외에도 의료기관 내 의료인력 감염 또는 격리 비율을 자체적으로 반영해 설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며 “5만명이 넘는다고 반드시 의료진 근무 허용 기준이 달라지거나 비대면 진료가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3단계부터는 확진자가 급증해 더 이상 음압병동 입원이 불가능할 경우 일반병동 일부를 코로나19 환자 병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음압시설(병실 공기압을 낮춰 공기가 병실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해 병원체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시설) 구축을 권장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반병동과 공간을 분리해 운영토록 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외래진료도 2020년 2월부터 허용해 온 범위에서 3단계 때 전화나 화상통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로 전환한다.
각 병원에선 중증·희귀난치·응급·분만 등 의료기관별 진료에 우선순위를 둔다. 중단이 불가능한 필수적인 활동은 유지하고 우선순위가 낮아질수록 허용 가능한 시간을 설정한다. 아울러 방호·의료물품 공급 대란에 대비해 4∼6주분을 비치해 두고 3단계 전환 시 진료 우선순위에 따라 물품을 사용해야 한다.
단기간 교육 등으로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의료 분야 특성상 정부는 보유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무증상·경증 확진자 가운데 접종완료자(2차접종 후 14∼90일 또는 3차접종자)는 증상이 발생한 날로부터 3일 격리 뒤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면 KF94 마스크를 쓰고 근무가 가능하다. 2단계 땐 5일 격리 후, 1단계 땐 일반 확진자처럼 7일 격리 이후 근무할 수 있다.
접촉자도 접종완료자라면 1∼3단계 모두 별도 격리 없이 근무할 수 있다. 그 외 예방접종 미완료자도 3단계 땐 격리 없이 최대 5일간 매일 신속항원검사를 하면서 근무(1단계 7일·2단계 5일 격리 후 근무 가능)할 수 있다. 3단계 전환 시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인력을 신규 채용해 긴급 투입하고 군의관·공보의·간호인력 파견 등 긴급 수급이 이뤄진다.
코로나19 확산 2년여 만에 각 병원의 의료진·병동 여력 등 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대대적인 의료체계 전환이 이뤄지게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이런 지침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고 본다. 현장에서 지침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 의료기관에 부서별로 세세한 상황 지침과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은 “병원에서도 기관의 특성에 맞게 또 각 부서의 특성에 맞게, 각 부서별로 전부 업무연속성 계획이 마련돼 있어야 필수 기능이 돌아간다”면서 “방역 책임자들이 각 부서마다 있어서 그걸 꼼꼼히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침과 함께 의료기관이 이행할 행정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다인실이 많은 국내 의료기관 상황을 감안해서 세세하게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의료기관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 원내 전파는 더 이상 의료기관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명확히 해야한다. 환자나 직원들이 노출됐을 때에 대한 법적 근거나 재정적 지원 없이 관리하라고 (지침을) 내면 (병원들은) 못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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