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2일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도심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한 가운데, 경기도 보건소의 코로나19 대응 인력 중 절반 가량은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도내 보건소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한 ‘경기도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인식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2020년 5월, 2020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발표된 결과를 보면, 보건소 코로나19 대응 인력 중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 스트레스 상태’로 판단된 경우는 전체의 약 49%로 절반에 가까웠다. 2020년 5월과 7월에 보건소·도청 등 인력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각각 19.5%와 20.1%이었던 것과 견줘 크게 높아진 수치다.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집단은 직종별로는 간호직이 58.7%로 가장 많았고, 경력별로는 1년 이상 3년 미만이 5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스트레스 수치와 관련이 있는 울분 정도를 측정한 결과 즉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울분’ 상태는 37%로 조사됐다. 이런 울분을 유발하는 요인(개방형 질문)으로는 ‘무리한 민원’과 같은 ‘악성민원’의 키워드가 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민원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실무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응답이 약 62%였다.
보건소 인력들은 현재 인력 규모로는 코로나19 상황을 장기적으로 버티기 힘들다고 봤다. 현재 보건소 인력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응이 가능한지 묻는 질의에 응답자 72.9%가 ‘어렵다’고 했다. ‘보통’은 18.2%, ‘가능하다’는 8.9%에 그쳤다.
조사대상자 대부분은 ‘객관적인 업무량이 많다’(86.8%)고 답했고, 계속되는 코로나19 관련 민원과 행정업무로 ‘시간 압박이 심하다(84.5%)’고도 밝혔다. 또 ‘업무 내용의 잦은 변화로 불확실성이 크다’(83.6%) ‘시간 외 요소로 인한 압박이 심하다’(82.8%)는 등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안전과 건강관련 불충분한 요소를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에 대한 재난심리 대응·지지’가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79.9%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한 업무·보상 등 측면에서 개선 요구 사항을 물었을 때, 업무 분야는 △순환근무 주기 등 체계 정립(28.4%)△신체·정신 건강 영향 대응(24.6%)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보상 분야는 △적절한 휴식 시간 보장(34.4%)△추가근무에 대한 적정한 인센티브 체계 마련(32.1%)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기타 분야는 △전담 인력 육성(40.2%)△법 개정으로 대응 인력 기준·보상 명시(29.4%) 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유 교수는 “보건소 인력들은 과로와 더불어 자기 건강은 물론 업무 대처 역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높은 스트레스와 울분감,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감염 위험을 느끼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염병 위기를 대비하려면 보건의료 현장의 안전과 건강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최근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보건소 직원들의 격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 자문과 관련 부서와 협의를 통해 가능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웹기반 설문으로 진행됐고,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4.3%p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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