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진이 환자 모니터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공공임상교수’ 150명을 선발한다. 국립대 소속으로 선발하되 일정기간 지방의료원에서 순환근무토록 하겠다는 건데,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을 위한 예비비 94억원이 의결됐다고 15일 밝혔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향후 유사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공공의료 인력 증원 및 처우개선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임상교수제를 시행한다”며 “이들은 국립대병원 소속으로 소속병원에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고, 지방의료원에서는 필수의료 및 수련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국립대병원 10곳은 공공임상교수 150명을 선발해 소속병원에 50명 지방의료원에 100명을 배치할 계획이며, 이들은 소속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 순환근무하게 된다.
그동안 지방의료원들은 의사들의 지역 기피로 늘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전체 의료체계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80% 가까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등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력확충 문제는 더욱 시급해졌다. 35개 지방의료원 의사 수는 정원 대비 2019년 134명, 2020년 122명씩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공공임상교수제다.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가 소속병원에선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맡고 파견 나간 지방의료원에선 필수의료 분야나 수련 교육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필수의료 분야는 △중증의료(응급·외상·심뇌혈관) △산모·신생아·어린이 의료 △암 △재활 △지역사회 건강관리(만성질환·정신·장애인) △감염 및 환자 안전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진료 과목은 지역별로 부족한 의사 수요를 바탕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공공임상교수의 신분과 보수, 연수 등 근로 조건은 국립대병원 교수와 동일하다. 구체적인 직무 범위, 근무 기간, 순환 근무 방식 등은 3월 말까지 교육부와 국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연합회 등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국립대병원 10곳이 병원당 15명을 선발하면 5명은 소속병원, 10명은 권역 내 지방의료원에서 근무하며 약 1년씩 순환 배치되는 방식 등으로 운영된다. 이때 국립대병원은 전문의와 함께 수련의도 파견해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임상교육훈련센터를 통해 지역 의사와 간호사 등의 교육을 병행한다.
정부는 국고 지원으로 국립대병원이 의사 인력을 직접 선발, 지방의료원에 필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면 지역 공공의료 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임상교수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제도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국립대병원협회와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도 이번 시범사업을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연계를 강화할 계기로 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선 더 많은 인원을 파견하거나 근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공공병원에서 임금을 많이 줘도 지방에 있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대학병원 교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위를 주고 필수의료 분야에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든 건 긍정적”이라며 “다만 제도가 안착하려면 150명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인원이 본원에 남기보다 지방의료원으로 가는 게 취지와 맞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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