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접촉자·신속항원 양성자 몰려 PCR검사 역량 정부 한계치 넘어서 격리 지체되면 감염 확산될 가능성 ‘먹는 치료제’ 처방 적기 놓칠 수도
당국 “전문가용 신속항원 양성을 최종 양성 인정하는 방안 협의 중”
서울 강서구보건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골목까지 늘어선 줄. 박아무개씨 제공.
국외 출장을 갔다 지난 5일 귀국한 ㄱ씨는 방역당국으로부터 ‘입국 1일차(24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출장 기간 동안 약간의 두통이 있었던 ㄱ씨는 6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용인시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접수가 마감돼 당일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보건소도 오전 마감, 선별진료소도 오전 마감…”
7일엔 오전 8시40분께 서둘러 같은 보건소를 찾았다. 이미 줄은 300m가량 이어져 있었고, 500~600명가량이 대기 중이었다. 9시7분께 몇몇 사람이 ‘오전 접수가 마감됐다’며 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ㄱ씨는 9시26분께 택시를 타고 인근의 다른 선별진료소로 이동했고, 정오께 간신히 피시아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ㄱ씨는 “나보다 10분 늦게 도착한 다른 사람들은 오전 검사 마감으로 또 발길을 돌렸다”며 “방역당국의 안내에 따르고 싶어도 입국 48시간이 다 되도록 피시아르 검사를 못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신규 확진자 폭증으로 방역당국의 피시아르 검사 역량이 한계에 달하면서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밝힌 피시아르 한계치는 85만건으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피시아르 검사량은 106만9000건→55만건→85만6000건→87만1000건→83만3000건→55만6000건 수준이다.
“확진 여부 확인 못한 채 다니다가 확산될 수도”
피시아르 지연으로 확진자 격리가 지체되고, 증상 발현 뒤 5일 안에 투여해야 하는 먹는 치료제 처방이 늦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를 최종 ‘양성’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선별진료소를 휘감은 긴 줄은 최근 보기 드문 이례적인 광경이 아니다. 상당수 시민들이 보건소에서 피시아르 검사를 받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그마저도 받지 못해 날짜를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출장 이후 검사를 받으러 간 박아무개(29)씨는 “검사줄이 골목을 돌아서 300미터였다. 뒷사람도 기침을 계속 하고, 줄 서서 음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며 “뒷사람은 신속항원검사에서 두 줄(확진)이 나왔다는데, 오히려 기다리다 감염되는 게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최근 검사자가 몰려 검사를 조기 마감하는 보건소가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O보건소 이미 피시아르 마감이니 헛걸음하지 말라’는 정보성 글들도 올라오는 실정이다.
강서구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골목까지 늘어선 줄. 박아무개씨 제공.
전문가들은 피시아르 지연으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의 처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팍스로비드는 60살 이상, 40·50대 기저질환자에게 처방되는데, 증상 발현 뒤 5일 안에 투약해야 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팍스로비드는 조기 투여해 효과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증상 발현 뒤) 5일이 지나고 투여하면 효과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언제까지 유효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피시아르 검사 대기가 길어지면) 증상이 있음에도 확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돌아다닐 가능성이 커진다. 추가 전파의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피시아르 역량이 임계치인 만큼 다른 검사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교수는 “전문가 신속항원검사는 양성이 나올 경우 피시아르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온 사람에게는 팍스로비드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자동화 피시아르 검사기기를 서둘러 도입해 검사 역량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권계철 충남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외국에서는 이미 자동화 검사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도 “자동화 피시아르 장비 한 대가 하루에 1000~1500건을 검사한다. 100대만 들여와도 지금 검사하는 양의 3~4분의 1 정도는 더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피시아르 장비는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검체의 반응을 살폈던 것과 달리, 검체를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결과가 나오는 장비를 말한다.
방역당국은 우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인정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으로 감염병 환자를 분류하고, 조기에 처방·치료 할 수 있게끔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지자체와 의료계 협의를 거쳐 이번 주에 진단검사 개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