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FP 연합뉴스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이르면 2주 이내에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먹는 치료제인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긴급 승인해 ‘치료제 공백’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방역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누적 사용량은 17일 오후 6시30분 기준 7만4514명분이다. 국내에 우선 도입된 16만3000명분(선구매량은 76만2000명분)의 45.7%가 소진됐다. 특히 지난 10~17일 8일간 3만4403명분이 처방됐는데, 앞으로 같은 속도가 유지된다면 남은 재고량 8만8276명분은 빠르면 2주 이내에 소진될 수 있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먹는 치료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계약 물량을 조기 도입하거나 추가 구매하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마련 중”이라며 “3월 말에 추가로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팍스로비드가 언제 얼만큼 도입될지는 정부도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13일(2만1000명분) 이후 2월1일(1만1000명분), 2월27일(4만1000명분), 3월4일(4만5000명분), 3월9일(4만5000명분)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팍스로비드를 국내에 들여왔으나, 선구매량 76만2000명분의 21.4%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 추가 도입만 기다리기보다 몰누피라비르를 활용하는 ‘플랜 비(B)’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긴급 사용승인 신청을 접수했지만 처음에 공개했던 효과(입원·사망 등 중증화 50% 감소)에 견줘 20%포인트나 투약 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승인이 보류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간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한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고 팍스로비드와 같이 쓰면 안 되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몰누피라비르를 처방할 수 있도록 팍스로비드와 함께 긴급 사용승인을 해달라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요구였다”며 “지금 승인한다고 해도 늦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몰누피라비르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30%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없는 것보다 낫다”며 “조금이라도 (치료제) 여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전날 “팍스로비드, 렘데시비르(주사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고위험 경증~중등증 환자들에 대한 추가 선택지로서의 몰누피라비르의 긴급 사용승인 필요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승인 시점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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