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1일부터 코로나 중증 환자들의 전원 평가 단계를 줄이고 전원 명령 절차도 강화한다. 코로나19 유행규모가 커지면서 병상가동률이 올라가고, 중증환자도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처다. 다만, 전원 과정에서 의료진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고 전원된 환자들의 거취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혼란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병상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 ‘재원 적정성평가팀’은 4단계(평가→퇴실 권고→퇴실명령→손실보상금 삭감)로 코로나19 중증 병상의 재원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는데, 여기서 ‘퇴실 권고’를 제외하는 방안이다. 코로나 관련 호흡기 증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에크모나 인공호흡기 산소요구량 5리터 이하)가 평가 대상이다. 정부는 퇴실 권고 단계를 제외할 경우 통상 5일에서 3일로 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현재 전담(코로나19 치료병상) 환자분들의 약 75%가 코로나 증상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기저질환의 치료를 통해서 입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의료체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정한 입원 기간이 지난 격리해제자의 관리도 강화한다. 검체채취일을 기준으로 20일이 지난 중증병상 환자가 받는 전원 명령을 일주일에 1회에서 2회로 한 차례 확대한다. 검체채취일로부터 10일이 지난 중중증·중등 병상도 준중증은 매주 2번, 중등증은 매주 1회 각각 전원 권고를 정기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과 위중증·사망자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033명으로 전날 149명보다 16명 줄었지만, 지난 8일부터 13일 연속으로 1000명대 위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67.6%(2823개 중 1908개 사용)로 전날(65.9%)보다 1.7%포인트, 일주일 전인 13일(64.1%)보다 3.6%포인트 각각 올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일 사망자는 직전일보다 8명 늘어난 327명으로, 지난 17일 429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유행의 정점 이후 중환자가 급증할 것을 고려하면 병상 관리 효율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전원 조치 과정에서 발생할 의료진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병상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점은 있지만, 현장에서 의사들은 지침보단 환자 상태로 평가하기 때문에 입원이 하루이틀 늦어지는 부분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소명서를 낼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극단적일 경우 환자가 소송하게 되면 정부가 주는 손실보상금보다 몇십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환자에 따라 예외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의료진에게 결정을 위임해야 하는데 지금은 병원 바깥에 있는 정부가 환자의 병상 배정과 전원을 판단하는 관료적이고 기계적인 시스템”이라며 “예외적인 경우 일단 신청해 놓고 나중에 소명을 하라고 하든지 의사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병원에서 주체적으로 환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전원 권고·명령 이후 갈 곳이 없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근 확진자가 늘면서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의 감염이 늘고 있다”며 “전원 이후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대책이 없이 퇴실하라고 하면 그 이후에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거나 다른 병원을 직접 알아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코로나 전담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할 때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격리해제자를 받을 수 있는 별도 병상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코로나 유행 규모가 크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절반을 넘긴 상황에서 감염 이력이 있는 중환자를 받아줄 병상을 찾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만4708명으로 전날 38만1454명에 비해 4만6746명이 적다. 지난 17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62만1281명(당일 62만1328명으로 발표 후 수정치)으로 역대 최다로 집계된 데 비하면, 주말 검사자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8만6620명 줄었다. 집계상으로 확진자 규모가 감소하는 모양새지만, 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현행 6인에서 8인으로 확대되면서 감염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