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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약국 밖에 두라고요?”…확진자 처방약 ‘직접 수령’ 혼선

등록 2022-04-06 17:12수정 2022-05-02 15:05

칸막이 등으로 공간 구분하고 하루 3회 환기
바깥 대기하게 하거나 약국 밖에 처방약 배치
약사들 “지금까지 위험 감수하고 직접 처방”
전문가 “약국에서 공간·동선 구분될지 의문”
6일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택치료자도 직접 약국을 방문해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6일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택치료자도 직접 약국을 방문해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오늘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택치료자가 약국에서 직접 처방약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동네병원에서의 신속항원검사와 대면진료가 늘어 의약품 직접 수령 수요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약사와 전문가들은 ‘땜질식 뒷북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런 내용의 ‘재택치료자 진료 후 의약품 대면 처방·조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재택치료자들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은 뒤 처방약을 가족·지인 등 대리인을 통해 수령해왔는데, 이날부터 본인이 직접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수령할 수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금까지는 대리인이 의약품을 수령하도록 하고 있어 약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 의견들이 많았다”며 “대한약사회(약사회)와 논의해 개선조치를 마련하고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약사회와 협의해 만든 ‘코로나 19 약국 감염예방 가이드라인’을 보면, 약국은 코로나19 환자 구역과 동선을 분리하고 하루에 최소 3회, 1회당 1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 환자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투명칸막이 등으로 구역을 분리하되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 약국 밖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한다. 약사는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자와 1m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복약지도와 의약품 전달한다. 필요할 경우 약국 안에 환기가 원활한 공간에 의약품 보관함을 설치해 전달할 수 있다.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받은 처방전을 약국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팩스나 이메일로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할 수 있다. 단 이후 환자나 대리인이 처방전 원본을 약국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세부 지침과 관련해 박향 국장은 “(재택치료자의) 처방전이 온라인상으로 오면 미리 조제를 하고 확진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밖에 일정 공간에 약을 배치한다든지 하고, 투약지도가 길어질 때는 전화로 한다든지 이런 부가적인 수칙들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약국에 대한 보상으론 확진자가 대면으로 약을 수령할 경우 환자 1명당 6020원의 ‘대면투약관리료’를 약국에 지급한다. 지난 4일 대면투약관리료가 이미 책정된 점을 고려해 4∼5일 대면 처방을 시작한 약국에겐 대면투약관리료를 소급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약사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ㄱ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미 감염병 지정병원 근처 약국에선 위험을 감수하고 확진자들에게 약을 처방해주고 있었는데, 확진자가 정점에 오를 땐 아무 대책도 없더니 이제 와서 뒤늦게 (공간 구분 등) 지침을 내리고 수가를 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약국 밖에 약을 배치할 수 있다는 정부 설명에 경기도 하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ㄴ씨는 “1층 약국은 사람들 다니는 곳에 약을 두는 것이 불가능하고 분실 위험은 어떻게 책임 질거냐”며 “세부 지침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홍보 기간도 없이 갑자기 시행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엄청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장에서 충분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땜질식 처방’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대면진료시에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시간과 동선을 구분하라는 조건을 의료기관도 지키기 어려운데 넓지 않은 약국에서 (이런 지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오미크론 유행 이후를 미리 대비한 게 아니라 땜질식으로 정책이 나오고 이후 실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제 없이 제어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말은 격리기간을 단축하고 독감처럼 관리한다고 해놓고 여전히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처럼 이야기하니 코로나를 관리했던 옛날 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늘 그때 닥쳐서 뒷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시행은 준비기간 없이 하는 방식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달 마지막주 0.91로 11주 만에 ‘유행억제’를 의미하는 1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1 미만이라는 건 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1명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해철 중대본 제2차장은 중대본 회의에서 “앞으로 확진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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