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걸린 뒤 에크모 장치(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까지 써야 할 정도로 중증의 폐렴·패혈증 앓았던 송윤재(39)씨는 최근까지 흉통과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다. 지인들은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 가보라고 추천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아 고민스럽다. 송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코로나19 치료법도 정해진 게 별로 없는데, 후유증에 대한 치료법이 제대로 되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후유증 탓에 클리닉 방문을 고민한 건 송씨 주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후유증 환자 커뮤니티에도 ‘어느 클리닉이 좋은지’, ‘어떤 의사가 잘하는지’ 등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 대한 고민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간병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후유증 대응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기준 각 병원 보도자료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은 민간병원들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40곳 이상이 문을 열었다. 상급종합병원부터 한방병원, 한의원, 내과·정형외과 의원 등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의 형태는 다양하다.
클리닉이 늘고 있는 가운데 체계적인 의료대응을 하는 병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병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병원들이 일종의 ‘장삿속’ 클리닉을 만들고 있다. ‘돈 되니 한다’는 관점으로는 제대로 된 후유증 치료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코로나19 후유증 연구·치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부터 4년간 코로나19 후유증 연구에 11억 5000만달러(한화 약 1조4565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약 90개 병원을 후유증 클리닉으로 지정·운영 중이며, 15개의 ‘소아과 허브'를 설립해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 예산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집행됐거나 집행예정인 코로나19 후유증 연구 예산은 15억7천만원(7개 과제)에 불과하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3월말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지난 4일 공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실천과제별 이행계획’을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 대규모 연구작업에 착수하고 오는 8월 후유증 환자 진료‧상담 의료기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 확보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코로나19로 입원했던 사람 가운데 반년 뒤 감염 이전 수준으로 건강을 회복한 사람은 25%밖에 안 된다는 최근 연구들도 있다. 미국이 롱코비드 연구에 1조 이상의 예산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며 “조사 규모나 예산 배정에 있어 국외·국내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지역·성별·연령·병증별로 5만명 이상 대상자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롱코비드에 대한 진단·치료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