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고문 로펌’, 건보공단 상대로 불법행위 요양기관 소송 대리

고문 재직 법무법인 ‘클라스’
복지부·산하기관 소송 다수
2021년엔 건보공단 상대로
불법행위 요양기관 소송 대리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서
식약처장 사외이사 역임 두고
“중립성 유지할 수 있나” 따져
김원이 의원 “이해충돌 우려 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고문으로 활동한 2020년 7월부터 최근까지, 법무법인 ‘클라스’가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상대 소송을 무더기로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관 분야 소송을 다루는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취업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클라스’는 김 후보자 고문 재직 기간에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심평원)을 상대로 총 3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2건의 소송을 대리했다.이날 <시비에스>(CBS) 노컷뉴스 보도를 보면, 김 후보자 고문 시절 ‘클라스’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 27건을 대리했다. 이 매체는 또 김 후보자 재직 당시 클라스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 13건의 선고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한겨레>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판결문에서 한 사례를 살펴보면, ‘클라스’는 2021년 건보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병원을 대리했다. 이 병원은 요양기관으로 허가되지 않은 공간에서 물리치료를 실시한 뒤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해 2851만원 환수 조치를 받았는데, 불법 의료행위로 환수당한 금액을 반환해달라며 소송을 걸었다가 1심에 패한 뒤 항소해 2심을 진행중이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면허 의료 행위 근절과 불법행위를 한 요양기관의 부당이득 환수 업무를 책임져야 할 자리”라며 “(장관 임명 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며, 부적절한 지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사청문단 관계자는 3일 <한겨레>에 “후보자는 고문으로 재직했던 법무법인이 복지부 및 산하기관(건보공단, 심평원 등)을 상대로 진행하는 행정처분 소송 등과 관련하여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스’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규제기관 출신의 전문가들로 헬스케어팀을 구성해 다수의 의료기관 및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 의원은 “김승희 후보자는 해당 로펌 소속으로 법률고문을 하지 않고 1억60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클라스’ 누리집 갈무리.

김 후보자 본인도 국회의원 재직 당시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냉정하게 비판한 바 있다. 2019년 3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 후보자는 이의경 당시 식약처장의 과거 제약회사 사외이사 재직 이력을 질타하며 “제약회사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본인이 행정처분·인허가도 해야되는 식약처장의 위치에 있으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과연 제대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장현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