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의무 격리’ 해제 여부를 놓고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격리의무 해제를 이달 20일까지 미룬 뒤, 재평가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 과정에서 이전 정부 방역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방역’과 구분 짓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지금까지 예측된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격리의무 해제 땐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재유행을 감수할지 말지는 결국 정치적 결정이므로, 정부가 최종 판단에 대해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격리의무 전환 기준 마련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달 둘째주까지 논의를 마칠 예정이다. 감염내과·예방의학 등 의과학자 6명(명단 비공개)으로 구성된 티에프가 전환 기준을 마련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결정 유보 시한(20일) 이전에 열리는 15일 혹은 17일 중대본 회의에서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발표된 과학적 근거는, 격리의무를 해제하면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은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자율격리로 전환될 경우 6~7월부터 확진자가 늘어 7월 말 격리의무를 유지할 때보다 최소 1.7배(확진자 50% 격리)에서 최대 4.5배(확진자 모두 미격리)까지 유행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만으로 격리의무 전환을 결정하긴 사실상 어렵다. 법적으로 격리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는, 확진자에 대한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용 지원도 중단된다는 뜻이다. 아플 때 쉴 권리를 실현할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취약층 인명피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율격리로 전환되면 확진자가 자유롭게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 동네 병·의원이 진료 채비를 얼마나 갖췄는지에 대해선 우려가 크다. 시민들의 격리의무 해제 수용 여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격리의무 해제를 ‘움직여도 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달 정부는 확진자 발생 규모와 신규 변이 국내 유입 상황, 유행 예측에 더해 코로나19 진료 일반 의료체계 및 사회적 인식 등 준비 여건 등을 토대로 발표 전날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격리의무 해제 4주 유보 뒤 재평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자율격리로 바뀌면 환자 수는 늘어날 것이므로 (전문가로서는) 확진자가 더 줄어들 때까지 격리의무 해제에 반대하지만 그게 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잣대로 알 수 있는 건 확진자가 얼마 늘 것이라는 정도로, 이를 각오할지 안 할지는 정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여러 변수를 따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하든지, ‘사망자가 늘어도 경제적 손실을 피하겠다’고 하든지 목표를 정해야 하지만 2020년 유행 이후 한번도 정한 적이 없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방역체계 강화를 위해 전문가 자문위 등을 설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공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전 정부도 생활방역위원회 등을 두고 전문가와 소통을 했다. 결국 어떻게 운영할지가 문제”라며 “회의록을 통해서라도 자문위에서 어떤 의견이 나왔고 어떤 근거를 사용했는지 지금보다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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