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병동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는 모니터 너머로 의료진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단위로 ‘더블링’(2배 증가)되며 9월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그동안 축소했던 병상과 인력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중·대형병원들 상당수가 지난 5∼6월 이후 감염병 시설을 줄인데다 인력들이 빠져나간 곳도 많아, 빠른 시일 내 의료체계를 복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4일 보건복지부는 45개 상급종합병원장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병상 재가동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등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13일 방역당국은 전파속도가 빠른 BA.5 변이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빨라져 8월 중순~10월 중순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루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현재보다 1405병상(중증 435개, 준중증 970개)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위해 상급병원과의 협의에 나선 것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및 전국 상급종합병원장들과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 의료 대응, 병상 재가동 방안 등을 논의하는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위중증 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미리 협조를 구하는 차원의 간담회였다. (정부는) 위기 시 일주일 안에 위중증 병상을 재가동하는 계획을 꾸렸는데, 병원 쪽에선 최소 2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가용 인력과 현재 인력 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병원들에 인력운용계획 제출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 병상 가동률은 위중증 병상 기준 11%(준-중증병상 21.7%, 중등증병상 16.6%)로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복구 속도다. 이미 시설·인력 감축이 이뤄진 만큼 정부 계획대로 1~2주 안에 병상·인력을 재정비하는 건 여의치 않아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음압시설이 갖춰진 중환자실 외에 추가로 병실에 포터블(이동식) 음압기를 설치했다가 해체한 상황이다. 병실에 차 있는 환자를 내 보내고 그걸 다시 끌어와야 한다”며 “적어도 3∼4주 시차를 두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정적 이유로 급하게 병상 축소-확보를 반복하는 정부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10일 2만2380개였던 병상을 14일 현재 5710병상(위중증 1426개)로 줄인 상황이다. 병상 감축이 이뤄진 지 채 두 달여 만에 다시 병상 확보에 나선 셈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병원들은 재공사를 하고 환자를 받기 위해 병상을 비워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비용을 아끼려고 매번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해야겠느냐”고 비판했다.
인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간호사 8천명을 포함해 파견인력 1만명을 확보하고, 중환자실 간호사 양성, 병원 인력 채용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엄 교수는 “중환자실을 음압병동으로 돌린다고 하면 (중환자실에서) 사직하는 간호사들이 생길 것이다”며 “중환자실은 상당기간 훈련받은 간호사가 필요한데, 다른 중환자실에서 빼올 수도 없어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인력문제는 절대적인 숫자도 있지만, 문제는 일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 업무배분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라며 “고위험군을 대응할 인력을 배치하는 정책을 잘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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