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9일 서울 한강 마포대교에 세워진 ‘한 번만 더’ 동상과 교각 난간에 쓰인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문구들. 연합뉴스
내일(4일)부터 경찰과 소방당국이 자살시도자를 발견하면 당사자 동의 없이 의무적으로 개인정보를 관할 자살예방센터에 제공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 법률 개정·공포는 2월3일) 및 시행령을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그간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자살시도자 등을 발견하더라도 자살예방기관과 연계해 전문적 지원을 하기 어려웠다. 자살시도자나 그 가족, 자살사망자의 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 대상 사후관리 서비스를 위한 경찰·소방당국의 정보 제공은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집계된 경찰청 통계를 보면, 경찰과 소방당국이 발견한 자살시도자(약 6만명) 중 정보 제공에 동의해 자살예방센터로 연계된 사람은 약 6%(약 3600명)에 불과했다.
이번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살시도자 및 그의 가족,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등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당사자의 동의 전에 서면 등을 통해 해당자 주소지 기준 자살예방센터에 의무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제공대상 개인정보는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다. 개인정보를 받은 센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지원 동의를 받은 뒤, 자살 위험도를 심층 조사해 위기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필요하면 정신과적 치료를 연계해주고, 대상에 따라 치료비도 지원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법은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 개입으로 자살사망의 위험을 낮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자살 고위험군의 개인정보 보호 조처도 마련됐다. 개정 법령은 자살시도자 등이 요구하는 경우 자살예방기관에 제공된 당사자 개인정보는 즉시 파기하도록 규정했다. 자살시도자 등 본인의 요구에도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경우 센터 총책임자 등에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에 따라, 자살 고위험군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부재한 상황에서도 경찰과 소방당국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5일 내 총 3회 이상 연락 후 개인정보를 파기한다.
복지부는 경찰관, 119구급대, 자살예방센터 등 현장 종사자가 자살시도자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처리할 때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한 ‘정보제공절차 안내서’를 각 기관에 배포한다. 또 경찰청·소방청·자살예방기관 등 관계기관과 간담회와 설명회를 열었고, 기관 종사자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