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데페아>(dpa) 연합뉴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처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식품목허가가 아닌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이 약의 부작용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정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올해 1월 국내에 도입된 이후 지난 8월까지 식약처에 접수된 부작용 피해구제 상담은 총 58건, 지난 3월 도입된 라게브리오 부작용 피해 상담 건수도 3건이었다. 식약처는 이 가운데 “부작용 사례 1건에 대해 피해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국내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57만명, 라게브리오 처방 환자는 9만4000명에 이른다. 또 지난 8월까지 식약처에 보고된 팍스로비드 주요 이상 사례는 918건이다. 주요 증상별로 살펴보면, 미각 이상 165건, 설사 124건, 오심·구토 112건, 고혈압 33건, 근육통 31건 등이다. 라게브리오도 같은 기간 어지러움 8건, 부종 4건 등 60건의 주요 이상 사례가 보고됐다.
고령층의 중증화 방지를 위해 먹는 치료제 처방 비중이 높아지며, 부작용·이상반응에 대한 보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0살 이상 확진자에 먹는 치료제를 처방한 비율은 지난 7월 14.6%에서 지난달 셋째주(9월18일~24일) 31.2%, 넷째주(9월25일∼10월1일) 29.3%로 나타났다.
문제는 먹는 치료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약사법에 따라 정식품목허가를 받은 일반의약품의 경우, 정부의 피해구제 절차가 있다. 식약처는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도 예기치 않게 사망, 장애, 질병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심사해 보상한다. 가령 식약처 정식품목허가를 받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경우, 부작용 사망자에 대해 지난해 12월 보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하지만 먹는 치료제처럼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처방이 이뤄진 의약품의 경우, 보상할 방법이 없다. 긴급사용승인이란 팬데믹 등 급박한 상황에서 제조·수입자에게 국내에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제조·수입하게 하거나,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내용과 다른 용법·용량 등을 정해 공급하는 제도다. 일반의약품 피해구제 제도는 이렇게 긴급사용승인된 의약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월 먹는 치료제를 도입할 당시 안내 자료에서 “부작용 발생 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연락하시기 바란다”고 했지만, 실제로 피해가 확인되더라도 보상해줄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식약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먹는 치료제 부작용 신고로 인해 피해구제 절차에 들어간 1건의 사례 또한 법령 개정 없이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8월 “공중보건 위기상황의 대처 등을 위해 심의를 거쳐 정부가 관여하여 공급되는 만큼, 긴급사용승인 의약품의 경우에도 피해구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5월 긴급사용승인 약의 부작용도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법안(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별법 개정안, 최혜영 의원 대표 발의)이 제출된 상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또한 지난 8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 치료제 부작용의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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