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방역 요원들이 중국발 입국자들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등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 확진자의 국내 유입을 막겠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조처를 도입했지만, 시행 초기부터 입국자 정보가 관리되지 않고 확진자 격리시설은 포화 위기를 맞는 등 부실 방역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빗장만 걸어잠궈, 방역 혼란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국발 입국자 방역강화 방안’이 적용된 지난 2일부터 4일 0시까지 이틀 동안 중국에서 입국한 단기체류 외국인 590명 가운데 136명(23.1%)이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들에게 1일 이내 피시아르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5일부터는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진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이날 기준 중국발 입국자에게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를 요구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 뿐이다. 일본은 오는 8일부터 중국에서 직항으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정부 방역 방침과 달리 준비는 부실했다는 사실이다. 방역 강화 조치가 시행된 둘째날인 지난 3일엔 정부의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큐코드) 오류로 중국에서 입국한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 2000명의 정보가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들은 입국 1일 안에 피시아르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자택에 대기해야 하는데, 정부의 검역정보 누락으로 보건소의 지역내 입국자 관리에 구멍이 났다.
단기체류 외국인 관리는 더욱 부실했다. 세계 각국에서 이미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양성률이 30~50%에 이르는 등 국내에도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확진자 유입이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준비한 외국인 격리 시설은 충분치 않았다. 정부가 확보한 격리시설은 인천국제공항 주변 2곳(180명)으로 서울·경기 예비시설을 합쳐도 최대 수용인원이 280명에 불과하다. 하루 약 7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1주일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정부는 5일 입국 전 검사가 의무화하면 확진자 유입이 줄 거라고 하지만) 중국의 진단검사 정확도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데다, 입국자 중 잠복기 환자도 있을 수 있어 사전검사만으로 확진자를 충분히 거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경험과 예방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이 충분한 상황에서, 애초에 특정 지역 입국자를 봉쇄하는 방식의 방역 조처는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발 확진자들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BA.5·BF.7·BN.1 등으로 이미 국내에서 유행했거나 유입된 변이로, 새로운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300∼400명의 확진자가 추가돼도 한국 의료체계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며 “일상 방역으로 이행하는 최근의 기조에서는 국내 의료역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감염병) 의료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엄중식 교수 역시 “현재의 조처는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다”며 “외교적 마찰, 경제적 불이익 등에 비해 특정 국가에 대한 검역 강화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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