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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분만·소아·응급 등 필수의료 기피에 ‘보상 확대’ 처방만

등록 2023-01-31 21:59수정 2023-02-01 02:47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의사부족·수도권 쏠림 해법은 빠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지불 체계에 ‘지역수가’ 등을 도입해, 시·군 지역 분만이 가능한 병원에 대한 추가 보상 수준을 현재보다 최대 3배 늘리기로 했다. 산모가 분만을 위해 병원을 찾아 헤매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 지역별 응급의료자원을 파악해, 중증 응급환자가 1년 365일 24시간 가까운 병원 최소 1곳에서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 간 순환당직제’를 올해 시범 도입한다. 지난해 8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는 병원 내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분만·소아과 전문의와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확대, 지역 내 병원 간 협력 체계 구축 및 진료 역량 강화를 뼈대로 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역 간 의료자원 격차와 수익이 좋은 인기 과목에 전공의가 쏠리는 현상 등으로 국민 생명 유지와 직결된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는 데 따른 조처다.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 체계에 지역수가를 비롯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했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사 진료행위마다 가격을 매겨 비용 지급)로는 진료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수익이 나기 어려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다.

우선, 분만 분야에 지역수가를 지급(기존 분만수가의 100%)하고 효과성을 따져 응급·중증·소아과 진료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평일 야간, 공휴일에 이뤄지는 뇌동맥류·중증외상 응급수술 등에 대한 추가 보상(수가 가산율)도 현재 수준의 1.5~2배로 확대하고, 고난도·고위험 수술에 대한 보상도 늘린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건강보험 지출 효율을 높여 마련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월 발표할 건강보험 재정 지출 효율화 대책으로 절감한 재원을 필수의료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며 “국고가 필요한 과제는 재정당국과 협의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건보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 의료자원 부족 문제는 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을 유도해 풀기로 했다. 올해 시범 도입하는 병원 간 순환당직제가 대표적이다. 병원마다 중증질환별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1∼2명에 그칠 경우 매일 당직 근무가 어렵다. 이에 따라 야간·휴일 수술 공백이 발생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돼왔는데, 병원 간 협력으로 이러한 공백을 메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인기과목과 수도권 쏠림, 인력 부족 등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근본 해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과목별 전공의 정원 조정, 의대 신입생 정원 확대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정책수가만으로 열악한 필수의료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역시 진료행위마다 추가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수가만 올리면 특정 분야 진료 과잉공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의료 취약지나 병원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확보 정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의료관리·예방의학)도 “분만 자체가 드문 지역에 수가만 더 준다고 (진료 공급)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만, 소아환자 진료같이 수요가 적은 분야는) 의료행위마다 추가로 보상할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의 의료 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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