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걸리면 서로의 감염력을 높여 단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보다 바이러스양이 10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 감염 때 중증·사망 위험이 올라가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5일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걸릴 경우 폐 손상이 심해지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함께 감염된 환자는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높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그 이유를 분석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김정현·최창훈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는 줄기세포로 작은 장기 조직(오가노이드) 형태의 3차원 폐 조직을 만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델타·오미크론 변이)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를 동시에 감염시켰다. 그 결과, 1개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보다 바이러스 양이 코로나19는 10배, 인플루엔자는 3배 가량 증가했다.
바이러스 양이 늘어난 이유는 서로 상대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결합해 침투하려면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필요한데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 수용체를, 인플루엔자는 코로나19 수용체를 상호 증가시켰다. 바이러스 양 증가로 동시 감염 때 단일 바이러스 감염에 견줘 염증 반응과 장기 손상이 증가하는 현상도 이번에 확인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계절에 따라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인플루엔자 유행과 겹쳐 동시 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두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염병 분야 학술지인 ‘신종 미생물과 감염’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