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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KDI “2050년 의사 2만2천명 부족…의대정원 매년 5% 늘려야”

등록 2023-06-27 18:48수정 2023-06-27 20:42

의협 “OECD 기준 활동의사수 최하위권이지만
인구 1천명당 의사수 증가폭은 평균보다 높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축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축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오는 2050년 국내 의료서비스 수요 대비 의사 수가 최대 2만2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추계 결과가 나왔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현재 해마다 3058명인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을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복지부 주최로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2050년 기준 1만1000명에서 최대 2만2000명의 의사 인력(한의사·치과의사 제외)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외래 진료·입원 등 의료서비스 수요는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2049년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한 명당 업무량을 2019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런 수요에 대응하려면 2050년 최대 2만2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진료과별로는 고령 환자 수요가 많은 외과와 신경외과에서 2048년 각각 6962명, 1725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신경과와 흉부외과에서도 1269명, 1077명씩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저출생 등의 영향으로 같은 시기 소아청소년과는 340명, 산부인과는 36명의 인력이 수요보다 많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만큼의 의사 부족을 채우기 위해서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신입생 정원을 매년 전년보다 5%씩 증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3058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현재 의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의료 접근성 저하·의료인력 고령화 등)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기는 또 다른 보건의료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대 증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증가 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다”며 의대 증원 필요성을 반박했다. 오이시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 당 활동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2.51명으로 오이시디 31개 회원국 중 멕시코(2.41명) 다음으로 적었다. 하지만 2010∼2020년 한국의 연평균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증가율이 2.40%로 오이시디 평균(1.70%)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우 원장 주장이다. 그는 “현재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2047년에는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5.87명)가 오이시디 평균(5.82명)을 넘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우 원장은 의사 증원이 과도한 의료 이용으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 늘어나면 의료비 총액은 22% 늘어난다”며 “필수의료 붕괴 등을 해결하려면 (의대 증원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붕괴·응급의료체계 재정립 등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의협과 1월 시작한 의료현안협의체(협의체)에서 증원 규모·방식 등을 계속 논의하는 한편, 올 하반기에는 환자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을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협과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다음달 지방의료원 35곳 등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퇴직 의사의 재취업을 유도하는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도 시작한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협의체 이외 창구에서도 의대 증원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체 참여 중단’ 가능성을 비치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9월 복지부와 의협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한다’는 내용의 의정 합의를 한 만큼, 이 기구에서만 증원 규모 등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협의체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의료계와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밝힌 정부를 규탄한다”며 “(의대 증원 등) 향후 이뤄질 정부와의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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