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게 무분별하게 영상을 보여주면 발달 지연과 사회성 저하 등 각종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아버지와 아들이 스마트폰을 함께 보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아이에게 무분별하게 영상을 보여주면 발달 지연과 사회성 저하 등 각종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각)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이 약 800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동영상 시청 시간 및 발달 상태 등을 연구한 결과, 만 1살 어린이가 하루에 4시간 이상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등 각종 동영상에 노출되면 만 2살과 4살 때 의사소통과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또래들보다 동영상에 더 많이 노출된 만 1살 어린이는 만 2살이 됐을 때 소근육 운동이나 사회성 등이 지연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다만, 만 4살 이후부터는 어린이의 발달 저하 현상이 해소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 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최신 호에 발표했다.
연구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동영상이 아동의 발달 지연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면서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각종 발달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일대 아동학센터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레코비츠 박사는 “부모가 아이와 얼굴을 맞대고 하는 상호작용은 아이의 발달에서 정말 중요한데, 동영상을 볼 때는 이런 상호작용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는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로부터 어떻게 얼굴 표정을 짓고, 목소리는 어떻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등을 배운다”며 영유아 시기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의 48%의 가정에서 만 1살 아동에 대한 동영상 노출 시간은 1시간 미만이었다. 그 뒤로 1~2시간(30%), 2~4시간(18%) 순이었다. 만 1살 아동에게 하루에 4시간 이상 동영상을 틀어주는 가정은 4%였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어리거나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아동에게 동영상을 오래 시청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국내 어린이들의 동영상 시청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만 1살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는 없지만 유아동 등의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현황 조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발표한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3~9살 유아동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도엔 전체 가구의 22.9%였던 유아동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은 2020년도엔 27.3%로 늘어났고, 2021년도엔 조사 대상 가구의 29.4%를 차지했다.
이 연구는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에 대해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인지 여부’(현저성)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이 떨어지는지 여부(조절실패),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문제적 결과) 등 3가지 요인을 물어 합산한 결과로 과의존위험군을 분류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만 2~5살 아동에게 동영상 시청 시간을 하루에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