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율 1%는 인상해야”…정기석 건보 이사장 적자 경고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인상 최소화를 공언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두고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 인상은 해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건강보험 정책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건보료 동결 여부까지 검토하면서 보험료율 결정이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가운데 건보공단 쪽이 올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소한의 인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 이사장은 이날 취임 뒤 첫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묻자 “내년 건보료가 동결까지 간다면 적자는 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입자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 등이 참여한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 기구인 건정심은 보험료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들이 인상 폭과 동결 여부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율 결정이 9월을 넘긴 상태다.

정 이사장이 이날 말한 ‘내년 건보료율 1% 인상’은 작년 대비 올해 건보료 인상률인 1.49%보다는 낮고, 동결은 피하는 수준이다. 건보료율은 지난해 6.99%였고, 올해는 7.09%다. 정 이사장은 지난 2017년 건보료가 동결됐다가 2018년 2.04% 크게 인상된 사례를 들며 “동결이 되면 그해에는 괜찮지만, 그 이듬해 당장 2% 올라갔던 적이 있다”며 “무엇을 위해 동결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23조8701억원의 적립금이 쌓여있지만, 보험료율 동결이 계속되면 5년 뒤엔 원활한 급여 지급에 필요한 1.5개월분 적립금(15조원 안팎)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료율 최소 인상에 대비해 불필요한 건강보험 지출을 줄여나간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이사장은 “(진료 횟수가 잦고 비용이 큰) 다빈도 고가 진료 중에 적정 진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부터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과잉 검사·진료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표준 진료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사무장병원 등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사경은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일반 공무원에게 수사를 위한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공단은 이 권한이 공단 임직원에게 주어지면, 평균 11.8개월 걸리는 사무장병원 수사 기간을 3개월까지 줄여 재산 은닉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 이사장은 “특사경 없이 연간 2000억원 정도 건강보험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군대를 보유해 전쟁이 안 나도록 예방하듯, 특사경도 확실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사법경찰직무법’(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임재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