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제가 서울 가면, 심장 응급환자들 병원 찾다 큰일납니다”

등록 2023-11-16 08:00수정 2023-11-16 18:15

홍순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홍순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사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홍순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사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제가 서울로 다시 가면 큰일 납니다. 위급한 환자가 서울 큰 병원까지 가다 죽는 거예요.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서울로 가지 못해 치료를 포기할 수도 있고요.”

홍순창(50)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15일까지 사흘에 걸쳐 짬이 날 때마다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큰일 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강원도 지역에서 가슴을 열고 하는 심장수술 대부분을 집도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365일 24시간 심장·혈관질환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한 곳인데, 이 병원 유일한 심장혈관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한 수술은 심장수술 212회를 포함해 342회에 이른다. 거의 매일 수술을 한 셈이다. 그토록 수술이 많은 건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영주·봉화, 충북, 심지어 경기도에서도 환자가 옵니다. 그분들이 사는 곳 (반경) 100~150㎞ 안에서 (심장·혈관)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니까요.”

홍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외래진료도 혼자 본다. 의료계에선 최중증 환자를 보는 상급종합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전문의가 최소 2명 이상 필요하다고 여긴다. 심장뿐 아니라 심장과 연결된 혈관 등 생명에 영향이 큰 신체 기관을 다루므로 미리 계획한 수술뿐 아니라 응급수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시간 넘는 수술이 잦고 수술 후 환자도 전담 관리한다. 혼자서는 무리인 셈이다. 그렇지만 함께 수술할 의사를 구하기가 힘들다. 전공의가 1명 있지만 내년엔 공보의 근무를 위해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강원도는 홍 교수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강릉에서 초·중·고교를 나와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15년간 수술과 진료 경험을 쌓았다. 다시 원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머나먼 곳에서 서울까지 원정 오는 환자들 때문이었다.

“경북 포항에서 온 환자가 그러더라고요. 약값보다 왔다 갔다 교통비가 더 들겠다고. 수술하는 의사가 포항에도 있고, 강원도에도 있다면 환자가 의사 찾아 여기저기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잖아요.”

의사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진료 경험을 쌓아, 이들을 필요로 하는 지역 내 또 다른 의료취약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제때 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꿈꾼다.

홍 교수의 분투와 상관없이 강원도 의료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강원도 주민이 자동차를 운전해 종합병원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7분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남(38분) 다음으로 의료 접근성이 낮았다. 서울에선 자동차로 평균 3분이면 종합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강원도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70살 이상 어르신은 오지에 살 수 없어요. 의료가 살아 있어야 사람들도 안심하고 그 지역에 살 수 있는 겁니다.”

그가 이러다 “큰일 난다”고 한 또 다른 이유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의 밤’ 빗발친 전화 속 질문…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1.

‘내란의 밤’ 빗발친 전화 속 질문…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서부지법, ‘윤석열 영장판사 탄핵집회 참석 주장’ 신평 고발 2.

서부지법, ‘윤석열 영장판사 탄핵집회 참석 주장’ 신평 고발

‘뿔 달린 전광훈 현수막’ 소송…대법 “공인으로 감당해야 할 정도” 3.

‘뿔 달린 전광훈 현수막’ 소송…대법 “공인으로 감당해야 할 정도”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4.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서부지법서 ‘기자 폭행·카메라 파손’ 1명 구속…‘강도상해’ 혐의 5.

서부지법서 ‘기자 폭행·카메라 파손’ 1명 구속…‘강도상해’ 혐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