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2025학년도 입학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가운데, 증원 역량을 판단할 핵심 잣대는 기초의학 교수 숫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학은 해부학·생리학·면역학·예방의학처럼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으로 주로 본과 1~2학년 때 배운다. 그러나 2021년 평가에서 의대 4곳은 정부가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기초의학 교수 숫자를 채우지 못했다.
한겨레가 22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과대학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를 보면, 2021년 전국 40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는 1559명으로 대학당 39명꼴이다. 의대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의학교육 평가 ‘인증’ 기준에 따르면, 기초의학 전임교수는 25명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의대 4곳은 이만큼의 교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곳의 기초의학 교수도 25~30명에 그쳤다.
분야별로 보면 유전학(53명)·생물물리학(59명)·면역학(71명)·세포생물학(81명) 교수가 특히 부족했다. 기초의학 교수가 가장 적었던 ㄱ의대는 4가지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가 한명도 없었다. 전국 생리학 교수는 모두 135명이지만 대학별로 보면 0명(2곳)이거나 1명(5곳)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의대들이 교수 1명당 학생 8명 안팎으로 수업을 편성하는 추세이지만 교수가 부족한 기초의학 과목은 교수 1명이 20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한 까닭은 이 분야를 전공하는 의대 졸업자가 1% 미만으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가 있는 기초의학 전공자 대부분은 대학교수나 연구원으로 일하지만 환자 진료를 보지 않기 때문에 소득은 임상교수 절반 미만 수준이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기초의학 전공 의사를 찾기가 워낙 어려워 수의학 전공자를 해부학 교수로, 약학 전공자를 약리학 교수 등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도 대학병원 진료 업무를 겸하지 않는 기초의학 교수 채용엔 소극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대학별 교육 역량을 점검하는 중인데, 충분한 숫자의 기초의학 교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정원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학교에 신입생 숫자를 더 늘리면 교육 여건은 현재보다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건엽 경북대병원 공공부원장(예방의학과)은 “정부가 대학마다 교수 확충 계획을 받고, 해마다 이 계획을 이행하는 만큼만 정원을 늘려주는 식으로 교육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교수 숫자와 시설 등 의대별 교육 여건을 다음달까지 평가해 내년 1월 말까지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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