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관리·피부미용·성장클리닉…
4백여 한의사, 진료분야 특화
회사원 윤아무개(29)씨는 지난달 발목을 다쳐 절뚝이며 회사 근처의 한의원을 찾아갔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을 생각이었지만, 윤씨가 찾아간 곳은 비염을 주로 치료하는 한의원이었다. 윤씨는 “비염 전문이라 물리치료기가 없다”는 간호사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병명을 따로 가리지 않고 몸이 아프면 찾아가 침을 맞고 보약을 짓는 한의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방도 양방처럼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전국의 한의사 개원의 1만2천명 가운데 400여명은 특화된 진료분야를 내세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진료분야는 비만관리, 피부미용, 아토피, 두피, 여성, 어린이, 당뇨, 특수침, 치질, 성장클리닉, 척추 등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최정국 홍보이사는 “한의원 전문화 바람이 3~4년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며 “특화된 한의원이 기존 ‘일반’ 한의원들을 대체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원 전문화의 시작은 소아전문한의원을 표방한 ㅎ한의원이다. 1999년 문을 연 이 한의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40여개가 있고, 로스앤젤레스와 상하이 등에도 문을 열었다. 비염치료 전문 한의원으로 2004년 문을 연 ㅋ한의원도 3년만에 전국에 30개 가맹병원을 세우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끊임없이 양방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서 전문화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방여성클리닉을 연 이은미 한의사는 “처음엔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양방의)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가 아니라 한약·침·뜸·물리치료 등 한방 요법이 성공을 거두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의과대학 김종우 교수는 “개원 한의원이 세분화되는 추세는 지난 2000년 도입된 한의사 전문의제도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정옥재 수습기자 ohora@hani.co.kr
유신재 기자, 정옥재 수습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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