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리포트]
제네바대 연구팀 “질병분자에 반응 후각수용체 찾아”
제네바대 연구팀 “질병분자에 반응 후각수용체 찾아”
질병을 냄새로 탐지해내는 일부 동물의 특별한 후각능력이 분자생물학으로 볼 때에도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암 같은 질병을 냄새로 찾아내는 개나 생쥐 같은 동물들의 후각능력이 화제가 됐지만, 그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는 처음이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이반 로드리게스 박사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인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염증이 생길 때 세포에서 분비되는 질병 관련 분자들에 반응하는 후각수용체(냄새 분자와 결합해 냄새를 식별하는 세포막 단백질)들을 찾아내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했다. 이 수용체들은 뇌 하부에 있는 후각계 신경세포에서 발견됐다.
지난 1989년 개가 냄새를 맡아 악성 종양을 탐지할 수 있다는 가설이 학계에 정식으로 제기된 이래, 탐지견을 이용해 흑색종, 폐암 등을 진단하는 방법 등이 연구돼왔는데, 이번 연구는 이런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미 알려진 코 점막 세포의 후각수용체들 말고도 질병으로 생기는 물질에 반응하는 수용체들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마우스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5개의 후각수용체 단백질(‘FPRs')과 그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실험에선 이 수용체를 지닌 후각 뉴런이 질병에 걸린 마우스에서 분비된 오줌에 닿았을 때 흥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수용체들이 병원체가 분비하는 물질을 감지함으로써 병원체를 추적·공격하는 면역세포들을 돕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마우스가 배우자를 고를 때 어떻게 질병에 걸린 동료를 알아채고 멀리할 수 있는지도 이런 수용체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질병 탐지 인공코'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질병 후각수용체를 이용하면 어떤 질병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사람이 아픈지 아닌지는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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