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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지이~처언~” 혈문이 열리며 천기를 마신다

등록 2013-07-23 20:16수정 2013-07-24 09:57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건강과 삶] ‘혈기도’ 허장수씨
곧 팔순의 나이다.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혈색이 좋다. 하얀 수염이 없으면 청년 같은 얼굴이다.

목소리는 청량하고, 항상 웃으신다.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20대다. 인왕산의 큰 바위에 정좌해 기를 모은다. 숨을 들이켜면 온 산의 정기가 빨려 들어간다. 숨을 내쉬면 산천초목이 그 기세에 떤다. 한쪽 다리를 들어 머리 뒤로 올린다. 헉! 마치 중국 기예공연단의 10대 소녀가 보여주는 유연한 몸의 놀라움이다. 이번에는 두 발을 하늘로 뻗어 두 손으로 잡는다. 발목은 뒤로 돌아가 있고, 바위에는 골반의 중심이 마치 뿌리를 내린 양 단단히 자리잡는다. 그리고 한참이다. 고관절이 360도 돌아가는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형상이다.

우혈 허장수의 혈기도 [건강과삶#5]

29살, 한창 혈기 방장하던 청년 허장수(78)는 산속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키는 작았지만 아마추어 복싱 전국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몸이 날래고 강했다. 태권도 등 각종 무술을 익히며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정신은 항상 허전했다. 좀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생각이지만 “정말 도(道)가 있을까? 깊은 산속에는 지금도 신선이 살고 있지 않을까?”

그때가 1965년 가을 들머리였다. 무작정 내설악 한계령을 들어갔다. 어쩐지 그곳엔 신선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우연히 마주친 수색대 장교가 가르쳐주었다. “저 골짜기에 가면 자네가 찾는 이가 있을지 몰라.”

과연 큰 바위 아래 조그만 천막이 드리워진 암자가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한 노인이 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신선 같았다.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노인은 냉정했다. “돌아가게나, 젊은이. 여기는 자네가 살 곳이 아니네.” 그러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무릎을 꿇은 채로 밤을 새웠다. 아침에 천막에서 나온 노인은 아무 말 없이 훌쩍 떠났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이틀을 버텼다. 사흘째 되던 날 노인은 물 한 사발을 주면서 암자 안으로 청년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여기서는 어떤 질문도 하면 안 되네. 말을 하는 순간 자네는 산을 내려가야 한다네.” 이른바 ‘무문부답’(無問不答)이 조건이었다. 실제 청년은 7년간 입을 닫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실천과 경험만이 득도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혈기도’ 허장수씨
‘혈기도’ 허장수씨
29살때 설악산에 들어가
천우 선생에 도인술 17년 수련

혼탁한 기운 토해내고
우주의 에너지 받아들이면
갓난아이 몸처럼 유연해져

소설같이 만난 노인은 당시 세수 90의 천우(1875~1982) 선생이었다. 12살에 출가했던 천우 선생은 금강산에서 한 신선을 만나 선도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허장수를 제자를 받아들였다. 그 뒤 17년간 그 깊은 산속에서 허장수는 스승으로부터 각종 도인술을 익혔다. 무술과 건강술, 의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천우 선생은 가르침을 주고 암자에서 정좌한 채 107의 세수에 등선(登仙)했다. 그렇게 속세에 전해진 것이 바로 ‘혈기도’(穴氣道)이다. 우혈(宇穴)이란 호를 받은 허장수는 설악산에서 내려와 3년간 다시 전국의 산을 다니며 신선을 찾았으나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1995년부터 서울 인사동에 수련장을 만들어 제자를 키우고 있는 우혈 선생은 신선의 도를 쉽고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신선은 바둑이나 두고 세월을 죽이는 한가한 노인이 아닙니다.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노화한다. 신선은 그런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몸을 수련하는데 피와 땀을 쏟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올 때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몸을 지녀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는 블랙홀과 화이트홀로 구성돼 있어요. 사람의 몸도 눈에 보이는 9개의 구멍과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어요. 그 세포 하나하나가 구멍인 셈입니다. 그것에 혼탁한 기운(탁기)을 몰아내고 신선한 기운(천기)을 계속 불어넣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혈기도의 요체이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갓난아이에게 향기가 나는 이유는 몸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먹어도 수련을 계속하면 그런 향기로움을 풍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수련은 힘들고 괴롭다. 고통이 진해야 그에 따르는 대가가 크다. 우혈 선생이 묻는다. “기자 양반, 사람에게 정신과 몸 가운데 뭐가 중요하다고 봅니까?” 순간, ‘물론 정신이 육체에 우선하지요’라고 답변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영혼은 몸에 얹혀사는 것입니다. 결코 정신이 육체의 주인이 아닙니다. 몸을 정신의 도구로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건강한 정신이 있습니다. 몸을 온 정성을 다해 공손히 모시고 살아야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상식이 뒤집힌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혈기도의 수련은 우주의 기운이 내 몸의 세포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 기본은 호흡이다. 반가부좌로 앉아 ‘지이~(地)’ 하는 구령과 함께 숨을 내뱉는다. 배가 등짝에 붙을 정도로 깊고 오래 숨을 토한다. 몸에 쌓인 오장육부의 탁기를 몰아낸다. 이어서 ‘처언~(天)’ 하는 구령에 들이쉰다. 우주의 에너지를 온몸의 구멍을 통해 받아들인다. 마치 사람의 몸이 풍선처럼 바람을 넣었다가 뺀다. 호흡할 때 몸의 중심은 배꼽 아래 단전이다. 이어서 발목 관절을 풀고 허리 굽히기를 한다. 양다리를 벌리고 서서, 머리를 두 다리 사이로 왕복하는 동작을 오랫동안 계속한다. 어지럽고, 중심을 잃어 넘어지기도 하지만 필수적인 동작이다. 양다리를 완전히 벌려 한일자를 만드는 수련도 한다.

“척추 골반이 가장 중요합니다. 혈액의 기본인 척수를 만드는 곳이니까요. 이곳을 강하게 만들어야 자세가 곧고 건강할 수 있습니다.” 혈기도 동작을 따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혈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혈문이 열려야 천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도인술을 배웠다는 우혈 허장수 선생이 혈기도의 수행 동작을 인왕산 바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혈 선생은 스승에게 356가지의 동작을 배웠지만 지금까지 가르친 것은 불과 30여개 동작에 불과하다. 10여년을 배운 제자들이 있지만 더 이상의 동작을 소화할 제자가 아직 없다. 스승에게 배운 무술과 의술은 미개봉 상태이다. “아직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언젠가는 나타나겠죠.” 하지만 우혈 선생의 제자들 중에는 의사, 교수, 금융인, 공무원, 언론인 등 전문 지식인들이 많다.

우혈 선생의 하루 식사는 산야초와 두부 몇 조각이 전부이다. 조금만 먹어도 산다. 끼니라는 개념 없이 배가 고플 때 조금씩 먹는 이유는 자연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먹지 않기 때문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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