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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원격진료 26개 항목중 22개나 ‘의미 없음’ 판정

등록 2014-02-12 08:09수정 2014-02-28 17:09

당화혈색소 달성률 등
의료행위평가 핵심내용
대다수 원격의료 효과 미미
경제성도 애초 발표보다 작아
‘창조경제 동력’ 주장도 무색
산업통상자원부의 시범사업 결과 원격의료의 효과가 미미하고 사업의 경제성도 애초 발표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7300~8800개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꼽으며 원격의료 입법을 밀어붙여온 정부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 “원격의료 추진 근거 사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발주로 에스케이텔레콤 컨소시엄과 엘지전자 컨소시엄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모두 26개 항목에 이르는 지표 가운데 22개 항목에서 원격진료는 ‘의미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들 항목을 보면 당화혈색소 7.0% 이하 달성률, 이완기·수축기 혈압 달성률, 콜레스테롤 변화, 치료 만족도, 삶의 질 등 의료행위를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들이다.

‘의미 있음’ 평가는 당화혈색소 변화량, 허리둘레, 목표혈압 도달률, 체질량지수 등 4개 항목에 그쳤다. 그나마 체질량지수는 에스케이텔레콤 연구에서는 원격의료와 대면진료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으나, 엘지전자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것으로 확인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보고서를 분석한 김윤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당뇨와 고혈압 등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질환과 관련해 “원격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사증후군(비만)의 경우 체중변화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지만, 대사증후군 관리사업이 합병증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사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사증후군은 원격진료의 대상 질환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으니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근거도 사라졌다. 당연히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복지부 뺀 채 재계·경제 부처 요구대로” 정부는 그동안 원격의료 서비스의 사업성에 주목하면서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낸 보도자료에서 “원격의료 임상시험 사업을 통해 치료효과가 입증됐다”며 ‘창조경제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전략’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치료효과가 큰데다 경제성도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두 컨소시엄의 임상시험 보고서에서는 의료적인 의미를 거의 찾을 수 없는데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지난해 11월을 앞뒤로 보건산업진흥원에 검증 및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산업부에 제출된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필요한 원격의료 환자수가 산업부 발표보다 2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계산에는 경제성을 따질 때 필수적인 일부 경비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의 임상시험 결과가 원격진료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산업부는 검증절차 없이 유리한 내용만 입맛대로 뽑아 원격진료의 치료효과만을 홍보하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보건산업진흥원의 검증 작업도 매우 부실해, 산업부의 임상시험 결과 왜곡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경제 부처가 앞장서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동안 국민 의료를 책임지는 복지부는 뭘 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원격의료 임상시험은 국민 건강의 측면에서 복지부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는데도, 기재부와 산업부 등이 재계의 요구대로 돈벌이와 산업화 측면에서 접근한 게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기재부 복지국, 복지과’라는 우스개까지 등장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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