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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10년 논란 영리병원 ‘밀어붙이기’…의료영리화 논쟁에 ‘기름’

등록 2014-02-25 19:57수정 2014-02-28 17:01

민주노총·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
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민주노총·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 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영리병원 또 규제 완화 논란

외국자본 50%-외국의사 10%
경제부처 요구에 후퇴 조짐

시민단체 ‘의료비 상승’ 비판
“원격진료·병원 자회사 이어
양방향 의료영리화 수순밟기”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에서 발표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 방침은 그렇잖아도 원격의료 및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으로 촉발된 의료 민영화 논쟁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의 경우 환자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릴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영리병원 직접 허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간접적인’ 의료 민영화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 환자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직접적인’ 의료 민영화라는 치명적인 결론에 맞닿게 된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2월 허용된 뒤 규제 완화의 길을 계속 걸어왔다. 애초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는 외국인 전용 병원만 설립할 수 있었다. 국내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었으며, 환자도 외국인만 받을 수 있었다. 국내 의료체계에 끼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하지만 채산성을 이유로 어떤 외국 병원도 들어오지 않자, 2004년 외국 영리병원이 내국인 환자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됐다. 또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는 국내 의료법인의 자본이 합작 등의 형태로 외국 영리병원에 진출할 수 있는 길도 터줬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안을 추진하다 촛불시위와 보건복지부의 반대 등으로 막히자, 제주도에는 국내 영리병원, 나머지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2012년 8월에는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의 비율 등을 규정한 관련 시행령 및 규칙이 통과돼 외국 영리병원이 들어서기 위한 관련 제도가 완비됐다. 그럼에도 외국 영리병원이 여전히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지 않자, 경제부처 쪽에서는 ‘외국인의 최소 투자 비율이 50%를 넘어야 하고 외국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 비율이 10% 이상 돼야 하며 외국인 간호사나 의료기사 등이 일할 수 없다’는 등의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이런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결국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당진·아산·평택),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동해안(강릉·동해), 충북(청원·충주) 등 전국에 8개 권역 448㎢가 지정돼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물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지난해 12월 중순 발표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들어 있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 및 원격의료 허용으로 환자들의 의료비가 폭등할 게 뻔한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도입되면 의료 민영화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의 외국인 투자 비율이나 외국 의사 비율을 현재보다 더 낮추자는 것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자는 것이며, 이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 8곳에 들어선다면 전국이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세워 화장품 판매, 온천 등과 같은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도록 하는 것에 이어 아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까지 허용하는 ‘양방향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 도입이 환자들의 의료비는 크게 올리면서 의료의 질은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80~2001년 영리 및 비영리 의료 서비스의 성과를 비교한 149개의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10%를 빼고 나머지 연구에서는 비영리병원의 의료 서비스가 영리병원보다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펴낸 영리병원에 대한 보고서에서 전체 병상의 6.8%가량만 영리병원으로 전환돼도 한 해 최저 7000억원에서 최고 2조2000억원가량의 의료비가 더 쓰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손준현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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