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맵게 먹으면 우리 몸에서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헌식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위암 등 여러 종류의 암 세포에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투여한 결과 우리 몸에서 암 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즉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이 억제됨으로서 암 세포가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핏 속에 있는 자연살해세포는 온 몸을 돌아다니다가 암 세포 등과 같이 정상 세포가 아닌 경우 이를 죽이는 구실을 하는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그동안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피부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나왔지만,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억제하는 자연살해세포와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발암> 최근호에 실렸다.
김 교수팀은 위암 등 여러 암 세포에 캡사이신을 10~100마이크로몰(μmol)까지 투여했다. 보통 음식을 먹을 때 ‘맵다’고 느끼는 수준은 캡사이신이 1~2마이크로몰인데, 이번 실험은 고용량을 투여해 진행했다. 그 결과 위암 세포의 경우 50마이크로몰의 캡사이신을 투요하면 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투여 전 15%에서 투여 뒤에는 10%로 줄었다.
혈액암 세포는 50마이크로몰을 투여한 경우 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투여 전 32%에서 16%로, 100마이크로몰을 투여하면 4%로 감소했다. 하지만 캡사이신의 농도를 낮춰 혈액암 세포에 각각 10, 20마이크로몰을 투여하면 투여 전 활성도가 32%에서 각각 28%, 27%로 낮아져 큰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캡사이신이 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인 것은 아니나, 많이 먹으면 암 세포를 억제하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억제해 암 발생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연구”라며 “캡사이신의 경우 적당량을 먹으면 항암 및 진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만큼 지나치게 매운 고추를 피하고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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