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보건소 10곳 가운데 9곳은 의사나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 253곳중 24곳만 기준 채워
서울만 규정 충족…간호사 태부족
“공중보건의 말고는 공급 취약”
제구실 하려면 정부 지원 절실
서울만 규정 충족…간호사 태부족
“공중보건의 말고는 공급 취약”
제구실 하려면 정부 지원 절실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딸린 대청도 보건지소에는 올초 그럴듯한 물리치료실이 생겼다. 일이 고된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주민이 많아 옹진군 보건소가 일부러 마련한 이 물리치료실은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여기서 일할 물리치료사가 없어서다.
“대청도 보건지소 등 우리 옹진군 보건소에 속한 지소가 8곳이에요. 그 8개 보건지소 가운데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 보건인력을 제대로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어요. 적게 잡아도 한 곳에 보건인력 4명이 필요한데, 사정이 가장 나은 연평도 보건지소가 3명이에요. 나머지 7곳에선 한두명이 일해 병가나 육아휴직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15일 김필남 옹진군 보건소 보건행정팀장은 “일반 의사나 한의사 등은 공중보건의사 제도 덕분에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한데, 대도시에서 떨어진 대청도 등 섬 지역에서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은 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병·의원이 부족한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의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다.
전국의 보건소 10곳 가운데 9곳은 의사나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보건법에는 각 지역 보건소의 규모에 맞게 일정한 수 이상의 의사·간호사·약사 등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따르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제식 의원(새누리당)이 보건복지부한테 받은 ‘전국 보건소(보건의료원 포함)의 보건의료 인력 배치 현황’ 자료를 보면, 규정대로 보건의료 인력을 확보한 보건소는 전국 253곳 가운데 24곳(9.5%)에 그쳤다. 나머지 229곳의 보건소는 의사·약사·간호사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한 24곳의 보건소 가운데 20곳은 서울 지역 보건소인 것으로 나타나,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거의 모든 보건소마다 보건의료 인원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 지역 보건소가 지역보건법에 나와 있는 최소배치기준을 채우지 못한 보건의료 인력을 직종별로 살피면, 약사 부족이 210곳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간호사(142곳)와 임상병리사(110곳)가 부족하거나 없는 곳도 흔했다. 치과의사(72곳)와 의사(66곳), 방사선사(65곳)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보건소도 상당수였다.
김제식 의원은 “보건소가 제 구실을 다 하려면 지자체는 보건소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적절히 지원해 보건소의 조직과 의료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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