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보다 극심한 비만(초고도 비만)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도 비만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가 35이상인 경우이며,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각종 생활습관병을 비롯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2~2013년 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비만율을 조사한 결과,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초고도 비만 비율이 1.23%로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 5%에 해당되는 이들의 0.35%에 견줘 3.5배나 높았다고 8일 밝혔다. 경제수준이 낮았던 과거에는 소득이 많을수록 비만율이 높았지만, 이제는 가난할수록 초고도 비만에 해당되는 비율이 높다는 게 건강보험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이 심하다는 것은 건강보험 가입자 안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통계자료를 보면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하위 5%에 속하는 이들의 초고도 비만율은 0.75%로 상위 5%에 속하는 이들의 0.3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소득 격차에 따른 초고도 비만율은 최근에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초고도 비만율은 2002년 0.17%에서 지난해에는 0.49%로 0.32%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소득수준별로 보면 소득 하위 5%는 같은 기간 0.25%에서 0.75%로 0.5%포인트나 늘어난 데 견줘 소득 상위 5%는 0.13%에서 0.35%로 0.22%포인트만 증가했을 뿐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초고도 비만이 더 많이 늘어나는 원인은 패스트푸드의 잦은 섭취와 운동 부족이 꼽힌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은 계층이 채소·과일 등 영양분을 골고루 갖추면서도 비만을 예방하거나 덜 일으키는 건강식품보다 열량만 높은 패스트푸드를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의 부족으로 규칙적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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